장시호 “崔 지시로 1대 개설”…국정농단 연루자 다수 사용
눈도 안 마주친 핏줄
직권남용,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시호(왼쪽)씨가 17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같은 재판정에 출석한 장씨의 이모 최순실씨.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이 사용한 차명 휴대전화(대포폰)를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건넨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최씨의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씨는 검찰 수사에서 ‘박 대통령에게 대포폰을 전해 준 적 있느냐’는 질문에 “최순실의 부탁을 받고 대포폰을 개설해 준 적이 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는 작년 6월께 최씨가 딸 정유라(21)씨가 있는 독일로 떠나기 전 청담동 오피스텔에서 짐을 정리하는 것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그때 최씨가 자신의 운전기사 신분증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달라고 부탁했고, 자신이 만들어 전달했다고 했다.
장씨는 다만 “그 휴대폰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라고 밝혔다. 또 “그 외에 휴대전화를 개통해서 최씨에게 건넨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정황으로 미루어 최씨가 장씨를 시켜 만든 대포폰을 박 대통령에게 건넸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51) 의원도 이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안 의원은 작년 11월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장시호씨가 6대의 대포폰을 사용했다”며 “6개를 개설해 그중 하나는 박 대통령에게 줬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안 의원의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허위주장”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하지만 전날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사건 7차 변론기일에서 정호성(48·구속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대통령도 차명 휴대전화를 썼다”라며 청와대 해명을 뒤집는 발언을 했다.
지금까지 최씨를 비롯해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수석, 정 전 비서관 등 국정농단 의혹에 연루된 이들 대부분이 대포폰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전 비서관은 대포폰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도·감청 우려’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하지만 보안상의 이유보다는 비선 최씨의 존재를 숨기고 수시로 편하게 통화하기 위해 박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들이 불법적인 차명 휴대전화까지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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