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동네북?” 툭하면 들이받고, 침 뱉고, 총질까지

“경찰이 동네북?” 툭하면 들이받고, 침 뱉고, 총질까지

입력 2017-01-26 10:32
수정 2017-01-2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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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중시 분위기 편승해 ‘공권력 도전’ 속출

“네가 뭔데 참견이야. 왜 00이야!”

지난해 9월 14일 오전 2시 15분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 한 길가에서 경찰관 네 명이 김모(22)씨와 승강이를 벌이며 진땀을 흘렸다.

김씨는 길가에서 친어머니를 때릴 듯이 밀치며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소란에 놀란 주민은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제지당한 김씨는 “뭔데 참견이야. 000아”라며 욕하며 수모를 줬다. 연행 순간 김씨는 갑자기 경찰관의 팔을 물고 이마로 머리를 들이받았다.

그는 지구대에 연행된 뒤에도 바닥에 드러누워 경찰관에게 침을 뱉었고 출입문을 부수는 등 난동을 피웠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3명이 상처를 입기도 했다.

김씨는 공무집행방해와 상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사회봉사 150시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칼에 찔렸다며 112에 허위신고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 등)로 기소된 김모(47)씨가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최근 들어 피의자의 인권이 중시되면서 경찰 공권력이 무기력해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1∼15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거된 피의자는 매년 1만1천∼1만5천 명 선에 달했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검거된 공무집행방해 사범은 1만4천26명으로 집계됐다.

피의자들의 직업은 무직자에서부터 치과의사, 군인, 시민단체 활동가, 초등학교 교감 등 다양했다.

공권력이 땅에 떨어지다 보니 급기야 ‘파출소 습격사건’까지 발생했다.

이모(62)씨는 지난해 11월 14일 오후 11시 40분께 강원도 고성군 죽왕파출소에 엽총을 들고 찾아가 근무 중이던 경찰관들을 향해 2발을 난사했다. 파출소 직원들은 발사된 산탄을 피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이씨는 같은 날 오후 10시께 112 신고로 출동한 경찰의 음주단속에 적발되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전주 시내 유흥가의 한 지구대장은 “경찰이 술에 취한 사람에게 맞아 다쳐도 서류 작성이나 법정 출두 등 절차가 복잡해 행정절차를 꺼리는 경향이 많다”며 “재수 없으면 신분상 문제까지 생길 수 있어서 참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일선 경찰은 현장에서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우는 과정에서 인권 침해와 도주 우려를 두고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수갑을 꽉 채우면 도주 가능성은 낮아지지만 인권 침해 소지가 있고, 반대로 느슨하게 채우면 도주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2013년 1월 28일 발생한 전주 시내 절도 피의자 도주 사건도 30대 피의자가 “수갑이 꽉 조여 아프다”면서 수갑을 느슨하게 채워 달라고 요구했고, 경찰이 이를 들어주자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수갑에서 손을 빼 달아났다. 피의자는 다시 검거돼 구속됐다.

전북경찰청 감찰계 관계자는 “경찰이 수갑을 채울 때 손목에 자국이 남는 경우가 많은데 흉터가 남으면 피의자들은 바로 진정하거나 고소한다”며 “경찰관들은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결국 수갑을 헐렁하게 채우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이런 현상에 대한 경찰과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피의자나 주취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 우선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모 경정은 “인권을 강조하는 미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공권력에 대항하면 경찰은 무관용 원칙을 철저히 적용한다”고 말했다.

김연수 전주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과거 군사정권 시절 정치적인 중립을 지키지 못했고 문민정부 등을 거쳐 인권이 중시되면서 공권력과 인권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친근한 경찰상보다는 법 집행에서 엄정한 공권력 행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무집행방해 사범들은 술에 취해 공권력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며 “술에 대한 관대한 문화가 이런 비상식적인 상황을 낳았는데 이제부터라도 엄한 처벌과 법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제도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원칙대로 법을 이행하지 않는 법원과 경찰의 모습을 보면 국민이 공권력을 무시하는 풍조는 더욱 심화한다”며 “사법부가 확실한 공무집행방해 처벌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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