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횡령 의사 인정…해외 법인 매출 국내 들여오려한 경위 참작”
수십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거액의 분식회계를 통해 100억원대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법원은 배 전 회장에 대해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 가운데 회삿돈 횡령 혐의를 제외하고는 모두 범죄의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남성민 부장판사)는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배 전 회장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부분은 회삿돈 41억원 횡령 혐의다.
배 전 회장은 해외법인인 동양인도네시아가 업무상 보관하고 있던 회삿돈 41억원을 기술 용역료 명목으로 국내로 송금받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 전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이 돈을 송금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동양종건이 인도네시아 현지에 파견한 인건비를 반환받은 것이라 불법 이득을 취할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동양인도네시아와의 사이에 작성한 기술용역 계약서가 모두 허위로 작성됐거나 소급 작성됐고, 직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 등을 봐도 피고인이 당시 해외 법인인 동양인도네시아의 매출 이익을 국내로 들여올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난다”며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허위 용역 계약서를 작성해 동양인도네시아의 자금을 받은 건 횡령이나 불법 취득 의사를 인정하기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다만 “해외 법인의 매출액을 국내에 들여오기 위한 것으로 그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고, 피고인이 영남지역의 언론인이자 경제인으로서 지역 경제에 이바지한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배 전 회장이 1천억원대 분식회계를 토대로 산업은행에서 180억원을 사기 대출받은 혐의, 계열사인 영남일보 주식을 싸게 팔거나 동양이앤씨 주식을 비싸게 사서 동양종건에 8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 하도급 업체 선정을 위해 포스코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에게 5천만원의 뒷돈을 준 혐의 등은 모두 범죄 사실의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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