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학 ‘예비 스님’ 크리스나
불교 호기심에 한국 와서 출가조계종·은사 지원해 학업 마쳐
오는 16일 동국대 불교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는 네팔인 크리스나가 동국대 교정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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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는 2013년 외국인 전형으로 불교학 전공에 입문한 네팔인 크리스나(34)가 오는 16일 불교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다고 밝혔다. 크리스나는 다음달 구족계(具足戒·비구와 비구니가 지켜야 할 계율)를 받고 정식 스님(비구)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나는 2011년 불교를 공부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네팔은 석가모니의 탄생지 룸비니가 위치한 나라지만, 전체 인구의 80%는 힌두교를 믿는다. 불교신자는 10% 정도에 불과하다. 고등학교 영어 교사였던 크리스나는 석가모니의 생애를 다룬 책을 읽고 불교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한국행을 택했다. 그는 사미계(沙彌戒)를 받고 출가해 자재 스님이라는 법명도 받았다. 사미계는 출가를 했지만 스님이 되지 않은 ‘사미’들이 지켜야 할 계율을 일컫는다.
이후 2013년 동국대에 입학한 크리스나는 재학 스님들의 기숙사인 백상원에서 4년간 생활하면서 수행을 이어 갔다. 전문용어와 한자가 많아 스마트폰을 끼고 다녔고, 길거리 간판에서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일일이 검색했다.
부유하지 않은 형편에 그가 한국 유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의 지원 덕분이었다. 등록금의 70%는 조계종이, 나머지 30%와 생활비는 은사인 광주 무등산 문빈정사 주지 법선 스님이 보조했다. 크리스나는 곧 서울대 인류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한다. “비종교인도 쉽게 납득할 수 있는 불교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시각의 폭을 넓히고자 인류학을 선택했습니다. 가능하다면 영국 옥스퍼드나 미국 하버드의 박사 과정에 진학하고 싶습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7-02-1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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