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메갈리아‘ 혐오 담론, 최순실 게이트로 약화될 수 있어”

“일베·메갈리아‘ 혐오 담론, 최순실 게이트로 약화될 수 있어”

입력 2017-02-19 10:51
수정 2017-02-1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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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석사논문 “약자 아닌 ‘진짜 사회모순’에 대한 분노 표출”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와 ‘메갈리아’의 혐오 담론이 한국 사회를 뒤흔든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약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9일 한양대에 따르면 이 학교 대학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장소연씨는 최근 제출한 석사학위 논문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와 혐오의 문화정치’에서 일베와 메갈리아의 지난해 8월 1∼15일 텍스트를 분석해 이러한결론을 내렸다.

논문에서 장씨는 우선 일베와 메갈리아에서 통용되는 언어를 분석해 이들의 혐오가 표출되는 방식을 살폈다.

‘MC 무현’(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홍어’(전라도 지역 비하), ‘김치녀’(한국 여성 비하) 등 특정 정치인, 지역, 여성, 사회적 약자 등을 향한 혐오 표현이 분석 대상이었다.

논문은 이런 표현들이 신자유주의 경쟁의 심화로 생긴 사회 패배자들이 자신의 억울함과 분노를 표출하면서, 근본적 문제인 사회구조 모순 대신 다른 대상을 혐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나친 경쟁 사회에서 일베는 패자들의 탈출구로 활용되고 있으며, 익명성을 이용해 자신들의 분노를 사회가 아닌 특정 대상에 표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갈리아는 여성 혐오에 대항한다는 목적을 내세웠지만, 본래 목적과 달리 성 소수자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비난이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메갈리아에서는 ‘건빵남’(군대를 갔다 온 남성 비하), ‘유충’(어린 남성 비하) 등 남성, 성 소수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나 여성 찬양 표현이 많이 등장했다.

논문은 메갈리아 이용자들은 여성 차별이 만연한 사회를 비판하고 바꾸려는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사회 구조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 아닌 남성 전체를 향한 혐오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인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늘어나고, 노력해도 노력한 만큼 성취를 이룰 수 없는 현실에서 분노가 혐오로 전환되고 혐오 담론이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혐오 담론이 약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고, 이러한 국민의 단체 발화는 사회 구조의 ‘진짜 모순’에 대한 직접적인 분노 표출이라고 주장했다.

사회적 약자나 여성, 특정 지역 등을 향한 왜곡된 분노 표출이 아닌, 진정한 사회 구조의 모순에 대한 분노 표출과 정치적 주장이 이뤄짐으로써 혐오 담론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 이 논문의 주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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