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촛불시민이 승리했다!’ 환호…“이제 일상을 바꾸자”

[대통령 탄핵] ‘촛불시민이 승리했다!’ 환호…“이제 일상을 바꾸자”

입력 2017-03-10 13:49
업데이트 2017-03-1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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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자 탄핵 찬성 단체와 시민들은 떠나갈 듯이 환호성을 지르며 “촛불시민이 승리했다”고 외쳤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결정문을 읽어 내려가자 비교적 차분한 표정으로 스마트폰 중계 등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 권한대행이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인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라고 봐야 한다”고 말하자 참가자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인용 의견 재판관이 과연 6명을 넘어설지 끝까지 마음졸여야 했다. 전원 의견으로 인용이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기저기서 구호가 터져 나왔다. ‘촛불이 승리했다!’, ‘우리가 해냈다!’, ‘이제는 구속이다!’ 등 외침이 계속됐다.

많은 시민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여학생들도 보였다.

취업준비생이라는 김형규(29)씨는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결과가 나와 기쁘고 언제나 국민은 승리한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라며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말했다.

서울역에서는 헌재가 결정문을 발표하는 오전 11시가 가까워지면서 TV 앞 인파가 많이 늘어났다.

대합실 벤치 의자는 물론이고 TV를 둘러싸고 주변으로 사람들이 빼곡히 늘어서면서 발 디딜 틈을 찾기가 어려웠다.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고 긴장된 눈빛으로 지켜보는 중년 남성, 베레모를 쓴 노인, 정장 차림 직장인, 여행 가방을 들고 가는 승객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한곳으로 모였다.

11시 정각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발언을 시작하자 서울역 역사는 일순간 조용해졌다. 주변 사람의 헛기침 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는 가운데 시민들은 이 권한대행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온 신경을 기울이며 화면을 지켜봤다.

대통령이 세월호 직접 구조활동을 할 의무가 없다는 말을 할 때는 짧은 한숨이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곧이어 이 권한대행이 탄핵 인용을 발표하자 사람들은 탄성을 냈다. 모자를 벗어 허공에 돌리는가 하면 환히 웃으며 계속 박수를 쳤다. 백발이 성성한 한 노인은 환한 표정으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대합실 벤치 근처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놓고 TV를 지켜보던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들은 만세 삼창과 “헌재 만세!”를 외쳤다.

시민들은 탄핵 선고가 난 후에도 TV 앞에 서서 화면에 나오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빨리 나와라” 등 말을 하기도 했다.

호주에서 일하다가 휴가로 한국에 왔다는 이자호(31)씨는 “인용되지 않으면 어쩌나 불안했는데 다행”이라며 “한국에 온 날 이런 기쁜 소식을 들어 보람차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업무차 대구로 가는 양동규(49)씨는 “한 평생 월급쟁이로 살면서 세금 꼬박꼬박 내고 살았는데 이런 세금을 최순실이라는 자와 공모해 부정부패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것에 분노했다”며 “지난 대선에선 투표 안 했는데 이번에 꼭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오늘 우리는, 주권자들의 승리를 선언합니다”로 시작되는 ‘촛불항쟁승리 선언문’을 냈다.

퇴진행동은 “박근혜 탄핵은 변화의 시작일 뿐”이라면서 “광장의 촛불은 지속될 것이고, 더 넓게 퍼질 것이다. 광장에서 우리는 행복했지만, 일상은 여전히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불안정한 미래, 권리 없는 일터, 차별과 경쟁의 ‘헬조선’이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라면서 “이 일상을 바꾸기 위해 일터와 사회에서도 촛불을 들 것”이라고 밝혔다.

결정이 나고 한동안 자축하던 촛불집회 참가자들 중 일부는 현재 ‘박근혜를 구속하라’ 등 구호를 외치고 부부젤라와 호루라기를 불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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