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비슷한 아이들 단체 파티, 학부모 모임 못 끼면 소외당해
“금지해달라” 학교에 민원까지“친구도 만들어주려는 과잉보호… 스스로 사회성 기를 기회 줘야”
최근 초등학교 학부모들 사이에 생일이 비슷한 자녀들을 한데 묶어 단체 생일 파티를 열어주는 관행이 고착화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보통 학기 초에 형성된 반 학부모들의 모임을 중심으로 생일이 비슷한 아이들의 엄마들이 공동 생일파티를 여는데 학부모 모임에 들어가지 못한 엄마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자신의 아이가 이른바 ‘생일외톨이’가 되면서 학급 생활에서 소외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인 것이다. 모임에 끼지 못한 엄마들은 대부분 아이들에게 시간을 많이 낼 수 없는 워킹맘들이다.
서울 강남의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석모(33)씨는 “이번에 생일이 비슷한 세 엄마가 함께 25만원씩 내고 태권도장을 빌려 생일파티를 열었다”면서 “우리 아이 반 29명 중 22명이 와서 친구들 관계도 좋아졌고, 태권도장에서 진행부터 음식까지 다 알아서 해주니 편하게 생일을 치렀다고 생각한다”고 만족해했다. 반면 학기 초 학부모 모임에 참여하지 못한 워킹맘 신모(36)씨는 “벌써 학기 초에 공동 생일파티를 열었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는 가지 못했다. 파티 일정을 미리 알았다면 아이에게 선물이라도 사서 들려 보냈을 텐데, 우리 아이가 친구를 제대로 사귀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에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끼리 일정을 맞춰 단체로 생일파티를 하는 것까지 학교에서 간섭할 명분은 없다”며 “다만 아이들 사이의 위화감이 조성될 수도 있는 만큼 담임 선생님 수준에서 단체 생일파티를 자제하도록 당부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스스로 단체 생일파티를 금지하는 학부모들도 나타났다. 서울 서대문구 뉴타운 지역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박모(37)씨는 “아무래도 주변에 잡음이 많아 학기 초에 엄마들끼리 공동 생일파티는 하지 말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동생일파티 문화가 아이들의 친구 관계까지 만들어주려는 학부모들의 과잉보호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1980년대 형제 없이 혼자 자란 세대들이 엄마가 되면서 자신들의 도움 없이는 아이들 스스로 사회성을 만들 수 없다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며 “엄마들이 아이들 문제에 적극 개입하기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친구를 사귀고 사회성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7-05-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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