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거취 관심…“법이 정한 임기 보장” vs “개혁에 짐될까 부담”법무부 장관 인선으로 개혁 의지 가늠 전망…경찰청장 임기에도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사정 업무를 관장하는 민정수석비서관에 개혁 소장파 법학자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내정함에 따라 향후 사정기관 개편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이에 따라 조만간 이뤄질 법무부 장관 인사도 주목받는 가운데 현재 검찰을 이끄는 김수남 검찰총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번 민정수석 인사는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 개혁 및 개편 작업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번 인사는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을 힘있게 밀고 나가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취임사를 통해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 그 어떤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게 견제장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측도 조 민정수석 인사와 관련해 대통령의 강력한 검찰개혁과 권력기관 개혁 의지를 확고히 뒷받침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조 교수는 그동안 재야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등을 중심으로 한 검찰 권력의 분산·견제와 균형을 주장해온 인물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내내 검찰 출신이 민정수석 자리를 독점하고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발생한 검찰의 권력 눈치 보기와 줄서기, 정치 검사 양산 등 적폐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비검찰 출신의 개혁주의자로 대통령의 강력한 검찰개혁과 권력기관 개혁 의지를 확고히 뒷받침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조 민정수석 내정자도 브리핑에서 거침없는 소신을 피력했다. 우선 “민정수석은 검찰 수사를 지휘해서는 안된다”고 밝혀 향후 검찰 수사에 청와대가 일절 개입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조 수석 내정자는 그러면서도 “검찰은 아시다시피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고 그 외에도 영장 청구권까지 가지고 있다”면서 “강한 권력을 제대로 엄정하게 사용해 왔는가 국민적 의문이 있다”고 지적하며 검찰의 그간 활동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그대로 보였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대해서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도 과거 정부의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제대로 사용했다면 게이트가 미연에 예방됐을 거라 믿고 있다”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통령도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밝혀 검찰의 예방적 수사 활동에 대한 불신도 내비쳤다.
조 교수의 민정수석 내정으로 검찰이 개혁 사정권 안에 들어옴에 따라 우선 당장 이뤄질 정부 조각에서 누가 법무부 장관에 오를지 큰 관심이 쏠린다. 민정수석에 이어 법무부 장관 인선까지 이뤄질 경우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중을 명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직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와중인 작년 11월 김현웅 장관이 퇴임한 이후 공석으로 남아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변호사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민정수석을 역임한 전해철 의원 등이 거론된다. 이와 함께 고등검사장 출신 일부 변호사 등도 물망에 오른다.
이런 배경 속에서 검찰 조직을 대표하는 김 총장이 임기를 완주할지도 법조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새 정부에서 대대적인 검찰 인적 쇄신이 추진될 경우 첫 타깃이 될 수 있어서다.
2015년 12월 2일 취임한 김 총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1일까지로 7개월 남짓 남은 상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총장이 새 정부의 개혁 작업에 부담되지 않도록 어느 시점에 용퇴할 수 있다는 전망과 법률에 따라 보장된 임기를 지켜야 한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일단 김 총장 스스로는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김 총장이 대외적으로 임기와 관련된 얘기를 한 적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정부가 바뀌었다고 물러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에 명시된 총장 임기를 거론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검찰청법 12조(검찰총장)는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공정하게 검찰권을 행사하라는 취지로 1988년 도입된 조항이다.
재경 지검의 한 간부급 검사는 “직무 수행 과정에서 엄청난 과오나 도덕적 하자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법에 따라 임기를 지켜주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짚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고자 개혁을 추진하면서 임기제 검찰총장을 흔드는 것은 모순이며 결국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또 다른 줄 세우기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1998년 임기제 정착 이후 취임한 검찰총장 20명 가운데 임기 2년을 채운 총장은 7명에 불과하다. 특히 정권 교체기 임기를 마친 사례는 없다.
다만, 김 총장 스스로 판단에 따라 일정 시점에 거취를 표명하는 결단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자신의 임명권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뒤 한차례 용퇴 논란을 지켜본 김 총장으로선 정권 초기 어수선한 외부 상황 속에 조직의 안정을 꾀한다는 명분을 들어 스스로 물러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개혁이 국민적 화두가 된 상황에서 검찰총장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것은 과욕으로 비칠 수 있다. 개혁의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김 총장이 스스로 결단을 내릴 경우 그 시점에 대한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이는 향후 검찰개혁 ‘드라이브’가 본격화하는 시기와도 맞물린다. 새 법무부 장관이 인사청문회를 거쳐 취임하는 이달 말 내지 내달 초 중순께 이후, 민정수석을 중심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작업이 본격 논의될 시기 전후 등이 거론된다.
한편 역시 4대 권력기관장의 하나로 분류되는 경찰청장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철성 현 경찰청장은 작년 8월 취임해 아직 임기를 9개월가량밖에 수행하지 않은 상태다. 법적 임기는 2년이지만, 정년이 6월 말이어서 중도 사퇴가 없으면 그때까지 임기를 계속할 수 있다.
이 청장이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과 치안비서관을 역임하는 등 이전 정부 인물이라는 평가가 있고, 당시 ‘대통령 국정철학을 잘 이해한다’는 이유로 임명된 터라 새 정부에서도 자리를 유지할지 주목된다.
그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면서 “(경찰청장은) 정부가 바뀌면 자리를 내려놓고 가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스스로 법적 임기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순경 출신으로 경찰 총수까지 오른 인물이어서 현장 경찰관들의 사기진작 등 조직 관리에 큰 관심을 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여론이 많다.
작년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 촛불집회 정국에서 나름대로 유연한 집회관리 기조를 유지, 매번 불상사 없이 집회가 마무리되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이런 부분이 촛불의 힘을 업고 출범한 새 정부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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