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당첨 예상번호”…과학적 근거없는 번호 제공해 수십억 챙겨

“로또당첨 예상번호”…과학적 근거없는 번호 제공해 수십억 챙겨

입력 2017-05-14 11:23
수정 2017-05-1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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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한 1·2등 당첨 복권 게시…가짜 당첨 후기도 올려

로또 복권 당첨 예상번호를 제공해주겠다며 가입비 등 수십억원을 챙긴 복권 사이트 운영자들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복권 당첨번호를 제공한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복권사이트 운영자 유모(39)씨와 프로그래머 황모(36)씨 등 14개 복권사이트 운영자·관계자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로또 예측 사이트 4개를 차려놓고 회원 1만여명에게서 가입비 명목으로 총 49억5천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가입비는 회원 등급에 따라 무료에서 최대 660만원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유씨는 인터넷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무작위 로또번호 생성기로 만든 로또 번호를 등급 구분 없이 회원들에게 발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황씨는 유씨의 지시에 따라 당첨되지 않은 로또 복권 사진을 포토샵 등 사진편집 프로그램으로 조작해 마치 당첨 영수증인 것처럼 당첨 후기와 함께 사이트에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다른 회원들이 이와 같은 허위 당첨 후기를 보고 로또 예상번호를 신뢰해 가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거된 피의자 중에는 복권 전문가로 행세하며 방송 등에 출연한 조모(49)씨도 포함됐다.

조씨는 회원들에게 당첨 예측번호를 제공하겠다며 1억4천만원을 가로챈 것 외에 당첨 기법을 전수해주겠다며 수업비 명목으로도 1천100만원을 챙겼다.

검거된 업체들은 고유의 로또번호 분석 프로그램이 있다고 광고해왔지만, 이들이 사용한 프로그램은 ‘1 2 3 4 5 6’과 같은 연속숫자나 이전에 한번 당첨됐던 번호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하는 간단한 기능만 있을 뿐 실제 당첨번호를 예측할 기술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업체는 관련 특허를 취득했다고 광고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복권 마킹용 펜’과 관련한 것으로 로또 번호를 예측하는 것과는 무관한 특허로 드러났다.

일부 운영자는 고가의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등 이렇게 해서 얻은 부당 이득을 탕진했다.

경찰은 “통계학자 등 전문가에게 문의한 결과 당첨예측 프로그램은 과학적·수학적 근거가 없고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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