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만마리 살처분 ‘AI재앙’에 기피…오리사육 기반 붕괴

330만마리 살처분 ‘AI재앙’에 기피…오리사육 기반 붕괴

입력 2017-05-17 13:34
수정 2017-05-1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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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농가 31% 줄고 줄줄이 닭 사육 전환…고깃값 46% 급등

330여만 마리 살처분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낸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 이후 오리 사육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급격히 줄면서 오리고기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AI 발생 이후 귀한 몸이 된 계란값 상승 폭을 훌쩍 뛰어넘었다.

작년 11월 이후 전국을 휩쓴 AI 광풍이 오리 사육 농가에 몰아친 후폭풍이다. AI로 인해 전체 사육두수의 37.9%인 332만 마리의 오리가 살처분 될 정도로 사육 농가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AI 살처분으로 사육 마릿수가 급감한 데다 가금류 가운데 오리가 유독 AI에 취약하고, 피해도 컸던 탓에 살처분 농가들이 재입식을 꺼리고 있다.

이런 탓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오리고기 가격이 급등했다. 이런 오름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게 축산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한국오리협회에 따르면 1년 전 6천500원이던 2㎏짜리 오리 신선육은 이번 주 평균 9천500원으로 46.2%나 뛰었다. 9천283원이던 한 달 전에 비해서도 2.3% 올랐다.

새끼오리의 가격 인상 폭은 이보다 훨씬 크다. 알에서 부화한 지 하루 된 새끼오리는 1년 전 700원이었지만 지금은 1천800원으로 157%나 올랐다.

작년 5월 4천906원에서 지난 1월 15일 9천543원으로 94.5% 뛰었던 30개들이 계란 1판보다도 가격 인상 폭이 크다.

오리 가격 급등은 AI로 330여만 마리가 살처분돼 사육 오리가 급감한 데다가 오리 사육을 포기한 농가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전국의 오리 사육농가와 마릿수는 작년 4분기 때 566가구 810만9천여마리에 달했으나 올해 1분기 390가구 556만9천여마리로, 농가 수나 마릿수 모두 31% 급감했다.

오리 사육 규모가 가장 큰 전남의 경우 같은 기간 242가구 380만7천여마리에서 188가구 285만7천여마리로 감소했고, 전북은 162가구 258만6천여마리에서 124가구 183만8천여마리로 줄었다.

충북 역시 43가구가 41만4천여마리를 사육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9가구가 7만6천여마리만 사육할 정도로 눈에 띄게 줄었다.

AI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자 오리를 포기하고 닭 사육으로 전환하는 농가가 갈수록 늘고 있다.

충북 음성의 경우 육용 오리를 사육하던 2개 농가가 2014년 AI 피해가 덜한 육계 사육으로 전환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8개 오리 농가가 육계 사육으로 돌아섰다.

인근 진천에서도 같은 기간 3개 농가가 오리 사육을 포기하고 육계 사육에 나섰다. 반면 육계를 키우다가 육용 오리로 축종을 변경한 농가는 도내에서 한 곳도 없다.

육용 오리 사육을 포기한 음성의 한 농장주는 “AI가 터지면 오리가 피해의 직격탄을 받는다”라며 “AI가 번져도 닭 수요는 꾸준한데, 오리는 즉각 외면받는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소비가 줄면 계열사 새끼오리 분양도 줄게 돼 오리 농가가 받는 타격이 가중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축산업을 새로 시작하는 농가도 오리보다는 닭 사육을 선호한다.

충북의 경우 2014년 이후 올해까지 121개 농가가 가금류 사육에 나섰는데, 육계 농가가 69곳에 달한 반면 육용 오리 농가는 20곳뿐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육용 오리 사육을 포기하고 육계로 전환하는 농장이 충북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늘고 있다”며 “2014년부터 매년 AI가 되풀이되면서 오리 농장주들이 그 피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리 사육농가가 감소, 출하량이 줄면서 오리고기 가격 오름세는 한동안 지속할 수밖에 없다.

한국오리협회 관계자는 “작년에는 전국적으로 한 달 평균 600만마리가 도축됐는데, 올해에는 300만마리로 절반가량 줄었다”며 “소비가 줄어 입식이 줄면 오리고기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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