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시위 주도…“상당히 무거운 책임 느껴, 적절한 시점에 사과할 것”
이화여대 철학과 김혜숙(63) 교수가 이 학교 131년 역사상 최초의 직선제 총장에 이름을 올렸다.이화여대 첫 직선제 총장에 김혜숙 교수
이화여대 총장으로 선출된 김혜숙 철학과 교수가 2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법인행정동 앞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위해 걸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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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장은 “기쁜 마음보다 상당히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지난해 여름부터 지나온 과정 안에서 저에 대한 어떤 신뢰와 기대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구성원들 뜻을 모아서 여러 가지 안정화 작업을 해야 할 것”이라며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이 있듯이 이화의 원래 모습을 되찾고 명예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또 “신뢰문화 구축이 가장 큰 과제”라며 “구성원 간 갈등을 수습하고 화합과 통합의 길로 나서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정유라 사태와 관련해 “(이사회) 어르신들과 상의해서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방식으로 사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의 지지를 받는 교수’라는 평이 있었던 김 총장은 재단 등 학교 측과 거리감이 있다는 평가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김 총장은 “저는 반(反) 재단이었던 적이 없고 우리 학교 재단의 소중함을 잘 안다”며 “잘 화합해서 여러 난관을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전날 있었던 총장 후보 선거 결선투표에서 57.3%의 지지를 얻어 국제대학원 김은미 교수(42.7%)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그는 24일 열렸던 1차 투표에서도 득표율 33.9%로 가장 앞섰다. 이사회는 선거에서 나타난 민의를 재확인했다.
이번 투표는 1886년 개교한 이화여대 역사상 처음으로 교내 모든 구성원이 참가한 직선제로 실시됐다.
교수, 직원, 학생, 동창의 투표 반영 비율을 놓고 진통이 있었으나 교수 77.5%, 직원 12%, 학생 8.5%, 동창 2%의 비율이 지난달 결정됐다.
이대는 1990년 윤후정 전 총장 선출 당시 교수 직선제를 시행한 바 있다.
교내 구성원 직선제와 김 총장 당선은 지난해 이대 평생교육단과대학 사태에서 시작됐다는 평이 나온다.
미래라이프대학 신설을 강행하려던 최경희 전 총장 등 학교 측이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고 당시 김 교수는 학생들과 뜻을 같이해 교수 시위를 주도했다.
본관 점거 농성의 상처가 아물기 전에 ‘정유라 입학 비리’가 터지면서 최 전 총장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이대는 개교 이래 첫 총장 궐위 사태를 맞았다.
이사회는 총장 선임에 대한 논란과 관련, 지난 2월 교수, 직원, 학생, 동창 등이 참가하는 4자 협의체를 꾸려 여기서 차기 총장 후보 선출 방안을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4자 협의체는 지난달 10일까지 14차례에 걸친 회의를 이어오며 차기 총장을 어떻게 뽑을 것인지 논의해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만전을 기했다.
김 총장은 지난해 12월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이대 재학생들의 학내 시위와 경찰 진입 동영상을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이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 대학원에서 철학과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부터 이대 철학과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총장 취임식은 31일 이대 창립 131주년 기념식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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