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재수사 끝에 돈 노린 강도 살인 밝혀…1명 구속, 1명 구속영장 신청

15년 간 미제로 남았던 ‘아산 갱티고개 살인사건’의 범인 중 한 명이 지난달 21일 검거된 데 이어 나머지 범인 한 명도 경찰에 붙잡혔다.

이로써 아산 갱티고개 살인사건 범인 모두 15년 만에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충남 아산경찰서는 15년 전 아산시에서 직장 선배 A(50·구속)씨와 함께 노래방 여주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강도살인 등)로 B(40·중국 국적)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일 밝혔다.

B씨는 2002년 4월 18일 오전 2시 30분께 자신의 차량을 타고 귀가하던 노래방 주인 C(당시 46·여)를 목 졸라 살해하고, C씨 카드를 빼앗아 8차례에 걸쳐 195만원을 인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같은 직장을 다니며 알게 된 사이로, 직장을 그만 둔 뒤 돈이 필요하자 강도짓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들은 자주 다니던 노래방 여주인을 범행 대상으로 삼고, 귀가하던 C씨에게 “집까지 태워다 달라”며 접근했다.

A씨 등은 노래방 여주인의 차량에 탑승해 20분가량 가던 중 아산시 풍기동 인근에서 강도로 돌변했다.

조수석에 있던 A씨가 운전석으로 옮겨 운전대를 잡았고, 그 사이 B씨는 차 안에서 노래방 여주인을 흉기로 위협하고 때려 금품과 카드를 빼앗았다.

이들은 결국 송악면 갱티고개 인근에서 C씨 목을 조르고,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시신은 갱티고개에 그대로 유기한 뒤 충북 청원, 대전, 전북 무주 등 5곳을 옮겨 다니며 C씨 명의 카드에서 현금 195만원을 인출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전담팀을 구성해 수사를 벌였지만 당시 이들은 용의 선상에 배제됐고, 결국 범인을 찾는 데 실패했다.

A씨는 5년 전인 2012년 범인이 돈을 인출한 동선을 따라 이동한 흔적이 있어 참고인 조사를 받은 적 있었지만, 당시엔 수사망을 빠져나갔다.

범행 현장에 남아있던 혈흔과 A씨의 DNA가 일치하지 않았고, A씨는 운전만 하고 은행에 직접 들어가 돈을 찾은 사람은 B씨여서 현금지급기 폐쇄회로(CC)TV 영상에 찍힌 인물과 달랐기 때문이다.

경찰은 최근 경찰은 15년 동안 미제로 남은 이 사건을 다시 수사하기로 했고, 결국 A씨 일당을 모두 붙잡을 수 있었다.

재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당시 범행 현장 인근 1만7천여건의 통화자료와 피해자 가게에 있던 명함 95개 가운데 A씨 이름이 일치하는 것을 토대로 지난달 21일 A씨를 붙잡았다.

공범에 대한 추적을 이어가 지난달 30일 B씨까지 검거할 수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B씨는 강도살인을 저지르고 4년간 국내에 머무르다 불법체류자 자진신고를 한 이후 중국으로 출국했다가 더는 체포되지 않을 걸로 생각해 2014년 비자를 발급받아 정식 입국했다.

경찰은 A씨 일당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와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