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집회사범 DNA 채취 중단’ 일선에 지침 전달

경찰, ‘집회사범 DNA 채취 중단’ 일선에 지침 전달

입력 2017-10-01 10:49
수정 2017-10-0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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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강력범죄자와 달라…DNA법 입법취지 살리는 취지”

집회·시위 자유 보장에 나선 경찰이 집회·시위사범 DNA 채취를 중단하라고 일선에 지침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은 집회·시위 상황에서 범법행위를 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들의 DNA를 채취하지 않기로 하고 최근 관련 지침을 내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앞서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도 집회·시위 자유 보장 방안을 권고하면서 집회·시위사범 DNA 채취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현행 ‘디엔에이(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은 살인, 방화, 성폭력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되거나 유죄 판결받은 사람이 재차 범행하면 신속히 검거하고자 DNA를 채취하도록 규정했다.

DNA법은 과거 8세 여아를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 이후 재범 우려가 큰 흉악범죄자 DNA를 데이터베이스(DB)로 관리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제정됐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DNA법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경찰은 집회·시위 과정에서 심각한 폭력행위 등을 저질러 구속된 피의자가 DNA법 적용 대상 혐의를 받는 경우 DNA를 채취해 왔다.

경찰에 따르면 그간 집회·시위사범 DNA를 채취한 경우는 대개 형법상 특수폭행·특수주거침입·특수손괴·특수협박 혐의로 구속됐을 때였다.

이들 조항은 여러 사람이 함께 폭행이나 주거침입, 재물손괴, 협박 등 범죄를 저질렀을 때 적용한다. 애초에는 조직폭력 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조항이지만, 집회·시위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해도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집회·시위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행위는 대체로 우발성을 띤 경우여서 통상적 강력범죄와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경찰개혁위도 집회·시위사범 DNA 채취가 DNA법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며 채취를 중단하라는 권고를 최근 내놓은 바 있다.

경찰은 이런 여론을 받아들여 앞으로는 특수폭행·특수주거침입·특수손괴·특수협박 혐의로 구속된 집회·시위사범 DNA를 채취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지침을 최근 일선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에 전달했다.

다만 살인이나 중상해, 방화 등 명백한 강력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는 별도로 취급해 채취 예외 대상에서 제외한다. DNA 채취 여부와 별도로 혐의가 무거우면 구속 수사하는 원칙은 유지된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시위사범이 일반 강력범죄자와 다른 점이 많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애초 DNA법 입법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법을 집행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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