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까지 가는 시댁·처가 방문 갈등…열흘 연휴엔 사라질까

이혼까지 가는 시댁·처가 방문 갈등…열흘 연휴엔 사라질까

입력 2017-10-01 11:05
수정 2017-10-0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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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부부싸움 원인 1위 양가 집안 방문…부모도 스트레스

경북 경주에 사는 김모(33·여)씨는 명절만 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친정이나 시댁에서 얼마나 머물지를 두고 남편과 치열한 ‘수’ 싸움을 벌여야 해서다.

김씨는 “시댁에 가면 아무리 편하게 대해준다고 하지만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남편에게 눈치를 줘도 그저 태평하게 있는 모습을 보면 속이 타들어 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부부간 눈치 싸움이 계속되다 보면 자연스레 감정이 상하게 돼 고성이 오가는 부부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아진다.

명절을 앞두고 양가 방문을 놓고 부부끼리 싸웠다는 내용이나 속상하다는 글이 인터넷 포털 고민 상담 게시판을 채우곤 한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2013년 기혼 직장인 304명을 대상으로 추석에 싸우게 되는 이유(복수응답)로 ‘양가 집안 방문 일정’을 꼽은 응답자가 10명 중 2명이었다.

가장 많은 이유였던 ‘시댁·처가 부모님과의 마찰’(29%)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명절이 끝난 뒤에도 서로 간의 갈등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해 결국 이혼까지 가는 부부들도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지난달 27일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설날과 추석 전후 10일 동안 하루 평균 577건의 이혼 신청 접수가 이뤄졌다.

지난해 1년 동안 하루 평균 이혼신청 건수는 298건으로, 명절 기간에 평상시보다 1.9배 많은 이혼신청이 접수된 것이다.

시부모와 친정부모 입장에서도 자녀들이 찾아오는 게 불만족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만난 자식들이 오래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오자마자 갈 궁리부터 하는 모습에 화가 치민다. 자칫 싫은 표정이라도 지었다가는 모처럼 만난 자식들 마음을 상하게 할까 싶어 속으로만 끙끙 앓는다.

사단법인 청주 여성의 전화 관계자는 “시대가 변하면서 명절 스트레스는 며느리뿐만 아니라 시부모, 남편에 이르기까지 온 가족이 겪을 수 있다”며 “명절 갈등을 피하려는 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추석이 10일을 쉴 수 있는 황금연휴가 되면서 양가 방문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터라 이를 둘러싼 갈등이 이전 명절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청주 YWCA 관계자는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명절 때 양가를 공평하게 방문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며 “올해 추석은 연휴가 길다 보니 일정 조정이 과거보다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족이라 하더라도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양보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명절을 맞아 모처럼 만난 가족이 돈독한 우애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박정민 청주 YWCA 여성종합상담소장은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며 “자유롭게 소통해 명절 연휴 계획을 알차게 짜서 보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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