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점 결제…법원, ‘사용순간’ 인식 못 했을 개연성 인정…검찰 항소
드라마 소품용 가짜 고액권 지폐를 훔쳐 사용한 촬영 스태프가 법원에서 절도 혐의에만 유죄를 선고받았다.법원은 위폐를 훔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지갑에서 꺼내 지불 수단으로 쓸 당시에는 위폐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취지로 ‘고의적 사용’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사용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김양섭 부장판사)는 절도 및 사기·위조통화행사 혐의로 기소된 A(26)씨에게 절도 혐의만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하고, 위조통화행사와 사기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드라마 소품 담당인 A씨는 올해 2월 소품 차량에서 위조지폐 5만원권 1장을 훔쳐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여자친구에게 보여주려고 소품용 지폐를 지갑에 넣고 다니다가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이 위폐를 내고 1만8천300원어치를 주문했다.
A씨 측은 결제수단이 소품용 지폐라는 생각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소품용 지폐임을 알면서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절도뿐 아니라 위조통화행사·사기 혐의도 적용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소품용 지폐를 사용할 당시 부주의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알고도 사용했다는 것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평소 현금보다 카드를 자주 사용하고, 당시 1만원권 지폐가 몇 장 있어 굳이 5만권권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의심이 든다”면서 “소품용 지폐가 지갑에서 사라진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주장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며 A씨 주장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여자친구와 (위조지폐를) ‘모르고 쓰더라도 철컹철컹’이라고 대화하는 등 형사책임을 질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며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고, 정산 절차가 엄격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사용하는 등 형사책임을 피할 행위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은 범행하는 사람의 통상적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소품용 지폐 1장만 훔쳤다는 점에서 여자친구에게 보여줄 요량으로 몰래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며 “소품용 지폐로 결제하면 여자친구에게 보여줄 수 없게 되는데, 이를 알고도 사용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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