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혐의 ‘다스 차명소유’를 전제로 구성…불법자금 사전수뢰죄 여부도 쟁점
14일 오전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피의자 신문이 시작되면서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 모두 한 치 양보 없는 법리 공방에 들어갔다.가장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되는 핵심 승부처는 다스 실소유주 의혹이다.
삼성의 소송비 대납이나 다스 경영비리 등 이 전 대통령의 혐의사실을 구성하는 상당수 의혹이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차명 회사라는 점을 전제로 삼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도 이날 다스 관련 의혹부터 조사하고 있다며 “수사 자체가 다스 실소유주 문제를 여러 범행동기나 전제사실로 확정 짓고 나가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라며 “보고서나 장부 등 다수 확보한 객관적 자료를 일부 제시하는 방식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다스 소송비용 60억원 대납 의혹을 예로 들며 다스 실소유주 문제보다 이를 먼저 묻는 것은 선후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전제 하에서 삼성전자가 내준 소송비가 뇌물로 인정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그는 “흐름상 그 순서가 자연스럽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직권남용, 비자금, 조세포탈, 소송비 대납 등이 공통적으로 이 부분(다스 실소유 의혹)이 전제되면 조사 시간 등을 절약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은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의 자수서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1987년 다스의 전신인 대부기공을 세울 당시 이 전 대통령이 설립자금 일부를 댔고, 이후 회사 경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다고 본다.
그간 다스의 전·현직 경영진과 이상은 회장의 아들인 이동형 다스 부사장,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등이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지분을 차명 보유했다는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은 “다스는 형님 것”이라며 실소유주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경영자문 형태로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이는 소유권과는 무관하다는 게 이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수차례의 압수수색에도 현재까지 드러난 자료로는 의혹을 입증할 ‘결정적’인 물증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관련자 진술만으로 자신이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확정·인정할 수는 없다는 방어 논리를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대통령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성동조선, ABC 상사, 대보그룹, 김소남 전 의원 등 민간 부문에서 2007년 대선자금 등 뇌물을 받은 의혹 부분 역시 치열한 법리 공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자금의 ‘통로’로 지목된 형 이상득 전 의원은 두 차례 검찰 소환 조사에서 금품수수 사실을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동생인 이 전 대통령과는 무관한 ‘정치자금’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이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이 되지만 7년의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
그러나 검찰은 이 전 의원의 자금수수 행위의 뒤에 이 전 대통령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공무원이 될 자’가 금품을 받았을 때 적용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전수뢰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전수뢰죄를 적용하면 공소시효가 15년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기소에 문제가 없게 된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불법자금 수수에 관여됐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친형의 형사처벌까지 함께 피하도록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검의 이 전 대통령 조사는 그간 수사를 이끌어 온 윤석열(58·사법연수원 23기) 지검장과 실무를 지휘한 한동훈(45·27기) 3차장이 지휘한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신문은 수사를 진행해온 중앙지검 특수2부 송경호(48·29기) 부장검사와 첨단범죄수사1부 신봉수(48·29기) 부장검사가 번갈아 맡는다.
송 부장검사는 이 전 대통령과 측근들의 11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를, 신 부장검사는 다스 실소유주 관련 의혹을 집중해 파헤쳐왔다. 따라서 다스 의혹 관련 신문은 신 부장이, 삼성 소송비 대납 등 뇌물 혐의 관련 신문은 송 부장이 각각 맡았다.
신문조서 작성 등 조사 지원은 특수2부 이복현(46·32기) 부부장이 담당한다.
검찰에 맞서 이 전 대통령을 방어할 변호인단은 옛 청와대 법률참모와 대형 로펌 ‘바른’ 출신 변호사를 주축으로 꾸려졌다.
이 전 대통령 측에서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강훈(64·연수원 14기) 변호사를 비롯해 피영현(48·33기)·박명환(48·32기)·김병철(43·39기) 변호사가 돌아가면서 입회해 법률 대응에 나섰다. 강 변호사가 이 전 대통령 곁을 계속 지키며 중심을 잡되 다른 변호사들이 각자 중점적으로 맡은 부분이 나올 때 번갈아 조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