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건강·생명 존중해야 할 의사가 의학 지식을 어긋나게 활용”
의학 지식을 활용해 아내에게 약물을 주입,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 남편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대전고법 제1형사부(권혁중 부장판사)는 6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46)씨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고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은 지난 3월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1심 때와 같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에서 마약류를 이용한 A씨를 상대로 추징하지 않은 오류를 지적하고, 원심을 파기한 뒤 추징금 1천원 가량을 추가해 이같이 선고했다.
재혼한 아내의 도움으로 성형외과를 개업한 A씨는 지난해 3월 11일 오후 충남 당진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아내(45)에게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한 뒤 미리 준비한 약물을 주입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범행 일주일 전 자신이 내린 처방으로 인근 약국에서 수면제를 샀고, 약물은 자신의 병원에서 가져오는 등 계획적으로 살인을 준비했다.
2016년 11월에도 같은 수법으로 자신의 집에서 아내에게 수면제를 탄 물을 마시게 한 뒤 잠이 들자 주사기로 약물을 주입해 살해하려 했으나 아내가 병원으로 이송된 지 일주일 만에 깨어나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A씨의 범죄 행각은 유족이 경찰에 재조사를 요청하면서 사건 전모가 드러났다.
당시 A씨는 “심장병을 앓던 아내가 쓰러져 숨졌다”며 곧바로 장례까지 치렀다. 또 아내 명의의 보험금을 수령하고 부동산을 처분하는 등 7억원에 달하는 금전적 이득도 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고 더없이 존중해야 하는 의료인으로, 인간 생명이 인위적으로 침해될 경우 그 대가가 얼마나 큰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며 “피고인은 살인하고 범행을 은폐하는데 자신의 의학 지식을 활용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금전적인 문제와 전처에게 줘야 하는 양육비 문제, 고부 갈등 등으로 가정불화가 생겼고, 피해자와 이혼하게 되면 병원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피해자를 살해하면 병원 운영이 정상적으로 가능할 뿐 아니라 재산도 단독으로 상속받을 수 있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 채 생을 마감했고, 가족을 잃은 유족은 비통함과 충격으로 평생 살아가야 해 죄책이 나쁘고 무겁다”면서도 “사형에 처해야 할 정도로 정당화될 수 있는 누구나 인정할만한 사건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