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빌미 들어와 활동비·취업 등 사적 요구…안 들어주면 안면 바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해 사기를 친 40대 여성이 광주에서 자원봉사를 빙자해 이곳저곳 선거캠프를 들락거린 것으로 드러났다.경찰은 이 과정에서 알게 된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해 윤장현 전 광주시장을 비롯해 정치인이나 기업인 대상으로 사기극을 편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지방 정가와 경찰에 따르면 권 여사를 사칭해 윤 전 시장에게 수억 원을 뜯어낸 김모(49)씨는 광주 정치인들과 선거캠프에서 자원봉사하며 안면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선거 때마다 주요 정치인 선거캠프에 자원봉사한다며 나타나 선거운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캠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은 아니었지만 가족까지 데리고 오는 등 다소 극성이었다고 선거캠프 관계자들은 기억했다.
이들 캠프 관계자들은 김씨와 같은 사람들이 선거 때마다 적지 않지만 무턱대고 내칠 수도 없어 일정한 거리를 둔다고 말했다.
2015년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서 무속으로 당선된 천정배(현 민주평화당) 의원의 선거캠프 한 관계자는 “자원봉사했던 김씨가 활동비에 취업까지 요구했다가 거절하자 캠프를 떠났는데 이후 SNS를 통해 비방하고 낙선운동 하는 등 안면을 싹 바꿨다”고 말했다.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서구을 더불어민주당 양향자(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후보 캠프에 나타나 봉사를 자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천 의원 캠프에서의 전력을 기억하는 양 원장 캠프에서는 김씨를 받아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올해 지방선거에서는 서대석 광주 서구청장 후보 캠프에서도 얼굴을 보였으며 강기정 광주시장 후보 캠프에도 들락거렸는데 딸 주례를 부탁했다가 거절당하자 떠났다고 한다.
김씨는 윤 전 시장에게도 딸 주례를 부탁하기도 했다.
천정배 의원 측 관계자는 “선거 때만 되면 캠프를 돌아다니는 전형적인 선거꾼이라며”며 “윤 전 시장이 정치 생리를 잘 모르고 속아 넘어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씨는 권 여사를 사칭해 윤 전 시장으로부터 4억5천만원을 뜯어내고 윤 전 시장에게 청탁해 자녀를 시 산하기관 등에 채용시킨 혐의로 구속됐다.
윤 전 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