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에도 스쿨미투” 한파에 거리 나온 여학생들

“방학에도 스쿨미투” 한파에 거리 나온 여학생들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입력 2018-12-29 10:00
업데이트 2018-12-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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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인천·서울·대구 등 잇단 집회

한파 속 모인 학생·학부모 “여전히 해결 안 돼”
교사 “실수했다면 사과해야 교권 바로 설 것”
성희롱·추행 내용 불태우는 ‘화형식’ 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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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인천에서 열린 ‘스쿨미투’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스쿨미투가 학교를 바꾼다’는 내용의 피켓을 손에 들고 있다. 인천스쿨미투집회 조직위 제공
27일 인천에서 열린 ‘스쿨미투’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스쿨미투가 학교를 바꾼다’는 내용의 피켓을 손에 들고 있다. 인천스쿨미투집회 조직위 제공
올해 초부터 이어진 학내 성폭력 고발 운동인 ‘스쿨미투(#School Me Too)’가 겨울 방학과 입시철을 맞아 사그라들자 전국 곳곳에서 학생들이 다시 거리로 나오고 있다. 지난 주말 충남에서 ‘스쿨미투’ 집회가 열린데 이어 이번주에는 인천과 서울에서 관련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한파가 몰아친 27일 저녁 인천 구월동 로데오광장에는 롱패딩으로 무장한 시민 100여명이 모였다. ‘#스쿨미투가 학교를 바꾼다’ 라는 이름의 이 집회에는 인천 지역에서 미투 운동이 일어났던 신명여고, 부원여중 등 학생들과 대학생, 교사, 학부모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많은 피해사례가 고발됐지만 명확하게 해결된 것이 없다”며 학교와 교육당국을 비판했다. 한 여고생은 “스쿨미투가 알려진 후 3개월이 지났지만 가해 선생님들은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학교에 남아있다”면서 “학교는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막는 데 급급했고 폭로한 학생들은 2차 피해를 겪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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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열린 ‘#스쿨미투가 학교를 바꾼다’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인천스쿨미투집회 조직위 제공
27일 열린 ‘#스쿨미투가 학교를 바꾼다’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인천스쿨미투집회 조직위 제공
집회에 참석한 한 교사는 “교권의 핵심은 학생의 존경인데, 실수했다면 사과하는 것이 신뢰할 만한 어른이 되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들은 학내 성폭력에 대한 전수조사와 스쿨미투 대책위에 청소년을 포함할 것을 교육 당국에 요구했다.

같은 날 저녁 서울 난지캠핑장에서는 ‘스쿨미투 화형식’이 열렸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들의 주최로 열린 이 행사에서는 스쿨미투 제보와 성희롱, 성추행 피해사례를 종이에 적은 뒤 불에 집어넣는 화형식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1학년이라 프레시한데 애교부려봐라” “누구누구는 걸레다”는 등의 성희롱 발언과 신체 접촉 등 성추행을 고발한 종이를 불에 태우며 “이런 말과 행동은 사라져야 한다”고 규탄했다. 20대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학창시절 겪은 성희롱 사례들을 고발하기도 했다.

상담소 관계자는 “제보들 중에는 미투 고발 후 신원이 노출되는 등 2차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방학 기간 줄어들고 있는 스쿨미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당사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들이 27일 ‘스쿨미투 화형식’ 행사에서 성희롱 발언이 적힌 종이를 불에 태우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페이스북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들이 27일 ‘스쿨미투 화형식’ 행사에서 성희롱 발언이 적힌 종이를 불에 태우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페이스북
지난 22일에는 8월 이후 ‘스쿨미투’에 처음 불을 붙였던 충청 지역 학생들이 천안에서 ‘스쿨미투는 끝나지 않았다’ 집회를 열었다. 스쿨미투 학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섰고 시민들도 힘을 보탰다. 한 학생은 “교사가 학생을 추행해도 생활기록부 때문에 아무 말을 못했던 것이 현실”이라면서 “스쿨미투는 교사와 동등하지 않은 위치에 놓인 학생들의 처절한 몸부림이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대구에서는 다음 달 6일 ‘우리에게는 페미니스트 동료가 필요합니다’ 라는 주제의 강연과 집담회가 열리는 등 전국적으로 관련 행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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