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체 ‘시험문제 유출 사건’ 규정…권익위 신고 등 집중포화
특정 학생들에게만 배포된 유인물에서 출제된 광주 모 고교 3학년 기말고사 문제. 사전 배포된 유인물(왼쪽)의 4번 문제와 실제 기말고사 16번 문제가 일치한다. 2019.7. 10
광주시교육청 제공
광주시교육청 제공
지난해 광주에서 행정실장과 학부모가 시험 문제를 통째 주고 받은 파문을 언급하며 경각심을 키우는 반응이 나오는가 하면 유출로 규정하기보다 기회 불평등에 초점을 맞춰야 할 사안이라는 인식도 있다.
10일 광주시교육청과 A 고교에 따르면 이 학교 수학동아리 학생들은 지난 3월 학기 초부터 거의 매 주말 동아리 활동 중 지도 교사로부터 30∼60문제가 담긴 유인물을 받았다.
그동안 학생들이 받은 900여 문제 가운데 5문제(배점 26점)가 기말고사에 거의 그대로 출제되면서 학생들의 반발이 나왔다.
성적이 우수한 기숙사, 수학동아리 학생들에게 주어진 특혜라는 것이다.
수학동아리 학생들은 31명으로 기숙사 정원(30명)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된 문제들은 유인물에 담긴 문제와 사실상 동일한 것으로 시교육청은 파악했다.
한 문제의 주·객관식이 바뀌었을 뿐 나머지는 지문, 보기, 정답 등이 일치했다.
지난 5월 중순 배포된 2개의 기출제 문제지에 담긴 60문제 중 4문제, 5월 말 배포된 30문제 중 1문제가 출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말고사(지난 5일)와 배포 시점의 간격, 문제 배포 과정 등을 고려하면 극소수 학생에게 시험 문제를 찔러 주는 유출행위와는 사안의 경중을 달리 봐야 한다는 평가가 일각에서는 나온다.
그러나 기숙사 생활이나 수학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은 학생들은 문제를 풀어볼 기회가 없었으니 공정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수학 동아리 지도 교사는 출제에 참여한 3명 중 1명이었으며 해당 문제들이 매우 고난도여서 논란은 더 커졌다.
한 학생은 페이스북에서 “선생님에게 문제를 제기했더니 ‘너희들이 기숙사랑 의사소통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찾아서 풀어야 하지 않느냐’는 반응이었다”며 “기숙사에서는 공짜로 복사해 나눠주고 저희(비 기숙사생)한테는 알아서 찾아내 풀어내라는 식이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수월성 교육에 반대해온 교육단체들은 수년간 다른 학교들을 압도하는 진학 실적을 내온 A 고교에 포화를 퍼붓고 있다.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이날 국민권익위원회 사학비리신고센터에 이번 사안을 신고했다.
등교 금지일에 동아리를 운영하며 쉴 권리를 빼앗는 등 지침을 위반했는지, 특정 학생을 위해 시험문제 출제 권한을 남용했는지 등을 조사해달라는 취지다.
A 고교 관계자는 “기출제문제지를 받은 학생들이라고 해서 모두 문제를 풀어본 것도 아니어서 실제 상당수 학생이 해당 문제를 틀렸다”며 “애초에 학생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던 부분은 있었던 만큼 앞으로 세심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사안의 심각성이 크다고 보고 20명을 투입해 3년간 시험·답안지를 분석하는 등 특별 감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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