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경찰은 항상 옳고 시민·언론은 그르다는 오만한 생각에서 비롯”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 여론공작을 총지휘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검찰이 재판부에 요청했다.검찰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강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청장의 결심 공판에서 이렇게 구형했다.
검찰은 “국가기관으로 기본권을 보호할 주체인 경찰이 오히려 경찰 조직의 기본권을 행사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권위적 인식이 깔린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과 관련 증인들은 이슈에 대해 댓글을 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많이 증언했다”며 “경찰은 항상 옳고, 시민과 언론은 그르며, 판단을 경찰이 할 수 있다는 전근대적 오만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검찰은 “이런 잘못된 공권력 행사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피고인은 아직도 본인의 행위가 경찰 조직과 국가기관 전반에 어떤 해를 끼쳤는지에 대한 인식이나 반성의 빛이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 전 청장의 변호인은 당시 댓글 작업이 경찰과 관련한 근거 없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한 적법한 직무범위 내의 일이었으며, 위법하다는 인식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조 전 청장도 최후진술에서 “민주주의를 존립하게 하는 중요한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해야 하지만, 그 한계는 비폭력이어야 하고 진실에 기반해야 한다”며 “허위·왜곡이면 안 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해 적극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록 몸은 바깥에 있지만, 구치소 안에 있는 것보다 고통스럽다”며 “억울함이 없도록 재판부가 잘 헤아려달라”고 호소했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면서 보안·정보·홍보 등 휘하 조직을 동원해 정부에 우호적인 글 3만7천여건을 온라인 공간에 달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경찰의 대응은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구제역, 김정일 사망, 유성기업 노동조합 파업, 반값 등록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제주 강정마을 사태, 정치인 수사 등 여러 사안에 걸쳐 방대하게 이뤄졌다.
조 전 청장 개인의 청문회나 각종 발언을 둘러싼 논란, 경찰이 추진한 시책과 관련한 비판 여론에도 이런 방식의 대응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0월 구속기소 된 조 전 청장은 올해 4월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불구속 재판을 받아 왔다.
재판부는 내년 2월 14일 조 전 청장의 선고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