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가격리자에 ‘출국금지’ 등기 배달한 대구 집배원들 비상

[단독]자가격리자에 ‘출국금지’ 등기 배달한 대구 집배원들 비상

진선민, 김주연 기자
입력 2020-03-03 11:15
업데이트 2020-03-0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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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이후 안내스티커 부착해 비대면 배달”

3일 우정사업본부는 “법무부가 이후 별도의 안내 스티커를 부착해 비대면으로 배달할 예정”이라면서 “배달이 안된 (출국금지 통지서는) 배달을 중지해달라”고 공지했다.  전국우정노동조합 제공
3일 우정사업본부는 “법무부가 이후 별도의 안내 스티커를 부착해 비대면으로 배달할 예정”이라면서 “배달이 안된 (출국금지 통지서는) 배달을 중지해달라”고 공지했다.
전국우정노동조합 제공
“2일 하루에만 법무부에서 우리 우체국에 1500여통의 등기가 쏟아져서 뭔가 했죠. 배달을 나가보니 봉투 밖에 표시된 발신지는 법무부였지만 안의 문서는 질병관리본부가 자가격리자에게 보낸 ‘출국금지 통보’더라고요. 마스크만 쓰고 나갔는데…”

3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자가격리자에게 출국금지를 통보하는 등기를 집배원들이 직접 배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병상이 부족해 지난 2일 0시 기준 대구에서 확진자 2008명이 자가 대기 중이었기에 집배원들이 느끼는 감염에 대한 걱정이 높다.

대구에서 근무하는 한 집배원은 “준등기 같은 비대면 등기도 있는데 법무부에서 등기로 발송해 집배원 한명 당 10명에서 30명의 자가격리자를 만났다”면서 “법무부 장관 이름으로 등기가 왔는데 나중에 집배원에게 ‘통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책임을 물을까봐 마스크만 쓰고 직접 개인휴대단말기(PDA)에 서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전국우정노동조합 관계자는 “하루에 100명 가까이 만나는 우체국 집배원이 감염돼 동료 집배원에게 옮기면 다른 고객에게도 옮길 수 있어 큰일”이라면서 “대구·경북 지역은 확진자들이 집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에 코로나19 확진자나 밀접 접촉자인 자가격리자에 출국금지를 통보할 때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출국금지 통지서는 본인에게 직접 교부하거나 우편 등의 방법으로 보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자가격리 수칙 등은 보건소에서 전달한다.

질병관리본부는 “대구·경북에서 자가격리된 확진자도 출국 금지 대상이기 때문에 법무부의 통보를 받았을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통보 방식은 법무부의 소관”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질본의 요청에 따라 출국금지를 내리고 직접 교부에 준하는 등기로 본인에게 통보했다”면서 “출국금지 명단을 질본이 정하기 때문에 확진 판정자에게도 등기를 보냈는지는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문자메시지 통보 등은 전체 출국금지 대상자의 전화번호가 있어야 가능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선 우체국에서 항의가 이어지자 법무부는 이날 우정사업본부에 “이후 (출국금지 등기 우편은) 별도의 안내 스티커를 부착해 비대면으로 배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우체국은 집배원들에게 “전날 배달한 집배원은 자가격리 대상자가 아니며 추후 자가격리자가 확진자로 판명되는 경우 자가격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집배원들은 “이미 지난 2일 대부분의 등기 우편을 배달했다”고 말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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