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마스크 샀어요! 계 탔네”

“처음으로 마스크 샀어요! 계 탔네”

김주연 기자
김주연, 이근아 기자
입력 2020-03-10 01:46
업데이트 2020-03-10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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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5부제 첫날 종로5가 약국 북적…“대기 짧아져” “물량 적어 헛걸음”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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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연도 끝자리에 따라 공적 마스크 구매 날짜를 지정하는 ‘마스크 5부제’가 처음 시행된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약국 앞에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월요일인 이날은 출생 연도가 1과 6으로 끝나는 시민만 신분증을 제시한 뒤 1인당 2개의 마스크를 살 수 있었다. 오전에는 동네마다 예정된 마스크 물량이 도착하지 않아 헛걸음하는 시민들이 속출했지만, 오후 들어서는 비교적 순조롭게 마스크 판매가 이뤄지는 모습을 보였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출생 연도 끝자리에 따라 공적 마스크 구매 날짜를 지정하는 ‘마스크 5부제’가 처음 시행된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약국 앞에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월요일인 이날은 출생 연도가 1과 6으로 끝나는 시민만 신분증을 제시한 뒤 1인당 2개의 마스크를 살 수 있었다. 오전에는 동네마다 예정된 마스크 물량이 도착하지 않아 헛걸음하는 시민들이 속출했지만, 오후 들어서는 비교적 순조롭게 마스크 판매가 이뤄지는 모습을 보였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오늘 처음으로 마스크 샀어요. 계 탔네.”

9일 서울 종로구 종로5가 약국거리. 한복집을 운영하는 박미선(69)씨가 약국을 나오며 KF94 마스크 두 개를 흔들어 보였다. 박씨는 “장사하는 사람은 줄을 오래 못 서잖아요. 시간이 없어 딸이 사다 주는 마스크를 썼죠”라며 “이제 일주일은 근근이 버틸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출생 연도별로 마스크 구매를 제한한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첫날인 이날 서울 시내 약국 앞은 마스크를 구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종로5가의 약국 중 일부는 ‘마스크 재고 없음’이라는 안내문을 문 앞에 붙였다. 약사들은 손님이 들어오면 “마스크가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래도 우체국, 농협을 중심으로 공적 마스크를 팔던 지난주보다는 대기줄이 짧아졌고 어느 정도 발품을 팔면 마스크를 구할 수 있게 됐다.

한 약사는 “전주에는 10분이면 마스크가 동났는데 오늘은 입고된 물량이 50개에서 250개로 늘었고 정해진 사람만 살 수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월요일인 이날은 출생 연도가 1과 6으로 끝나는 사람만 1인당 두 개씩 마스크를 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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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없어요”
“마스크 없어요”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오전 서울시내 한 약국에 ‘공급 시간과 물량을 모르겠다’는 내용의 마스크 없음 안내문이 붙어 있다. 현재 인구 밀집도와 관계없이 약국 1곳당 하루 250장씩 일률적으로 마스크가 배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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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구매 규정 때문에 혼란을 겪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자영업자 송모(70)씨는 “1950년생이라 금요일에 살 수 있다고 다시 오라는데 그날은 일이 바빠 시간이 없다”면서 “혹시나 해서 일대 약국을 돌고 있는데 1개에 3000원짜리 비싼 마스크 3개만 겨우 구했다”고 말했다. 한 60대 남성은 “주민등록번호 앞자리 마지막 숫자(생일 끝자리)가 1, 6인 사람이 살 수 있는 게 아니었느냐”며 발길을 돌렸다.

정부 민원 처리 사이트인 ‘정부24’는 이날 오전 한때 서버가 폭주해 접속이 불가능했다. 가족을 대신해 마스크를 구매하려면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한데, 이 서류를 인터넷으로 출력하기 위해 시민들이 앞다퉈 몰린 탓이다. 마스크 물량이 부족해 허탕을 치는 사람도 많았다. 직장인 오모(29)씨는 이날 서울 마포구 약국 3~4곳을 다녔지만 마스크를 구하지 못했다. 그는 “약국에 들어가자마자 ‘마스크 없어요’라고 해 민망했다”면서 “이럴 거면 가구마다 몇 개씩 정부가 배분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불만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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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들은 시민들의 불만과 혼란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일부 약국은 하나씩 포장돼 있지 않은 대용량 벌크 마스크를 직접 2개씩 비닐봉지에 넣어 소분했다. 번거로움 탓에 공적 마스크 판매를 포기한 약국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약국은 문 앞에 ‘우리 약국은 공적 마스크를 취급하지 않습니다’라고 내걸었다. 약사는 “직원이 2명뿐이라 여력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병율 차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마스크가 언제 입고될지, 살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 이어지면 시민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며 “마스크 입고 현황을 알려 주거나 구매 예약이 가능한 스마트폰 앱을 개발해 불편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원자재와 시설 확충을 정부가 지원해 생산량을 늘리고 민간 채널 판매를 유도해 소비자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2020-03-1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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