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빽한 ‘콩나물식 작업장’… 노동자에게 너무 먼 ‘거리두기’

빽빽한 ‘콩나물식 작업장’… 노동자에게 너무 먼 ‘거리두기’

김주연 기자
김주연, 손지민 기자
입력 2020-03-11 22:44
업데이트 2020-03-12 02:0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제2·제3의 ‘구로 콜센터’ 우려 확산

종로3가 700여개 영세 보석 공장 밀집
비좁은 공간에 칸막이·환기구 등 없어
“식사도 다 함께 도시락… 조마조마해”

대부분 콜센터 옆사람과 50㎝ 간격
마스크도 못 쓰고 헤드폰은 돌려 써
“좌석 간격 넓히고 환기라도 하게 해야”
이미지 확대
11일 서울 종로구 종로3가의 한 공장에서 보석 세공 노동자들이 좁은 공간에서 세공 작업을 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종로주얼리분회 제공
11일 서울 종로구 종로3가의 한 공장에서 보석 세공 노동자들이 좁은 공간에서 세공 작업을 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종로주얼리분회 제공
서울 구로구의 한 콜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좁은 공간에서 밀집해 일하는 다른 노동 현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콜센터뿐만 아니라 재택근무가 불가능하고 노동환경이 열악한 보석 세공, 제화 등 공장이나 좁은 사무실과 휴게실도 감염의 취약지대다.

21년차 보석 세공사 김정봉(39)씨는 요즘 코로나19 확진환자들의 동선을 주의 깊게 본다. 화려한 보석을 더 빛나게 하는 일을 하는 보석 세공 작업장은 좁고 열악하기로 유명하다. 서울 종로3가에 모여 있는 700여개의 보석 공장은 예외 없이 비좁고 대부분 환기구도 없다. 10~30명 정도의 세공사가 어깨를 맞부딪힐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 앉은 탓에 1명이 코로나19에 걸리면 다른 동료도 걸리기 십상이다. 김씨는 “2~3명씩 칸막이 없이 짝을 지어 붙어 앉아 광을 내거나 땜질을 같이 한다”며 “식사도 자기 자리에서 몸을 돌려 앉아 도시락을 함께 먹기 때문에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좁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일하는 제화 공장도 감염병에 취약한 환경이다. 1명이 폭이 90~120㎝ 정도인 낮은 작업대에 앉아 작업한다. 특히 구두 윗부분인 갑피 작업은 2명이 짝을 지어 마주 보고 일을 한다. 35년째 제화공으로 일하는 이창열(57)씨는 “작업대 간 간격은 멀어 봐야 1m 정도인데 모두 수작업이다 보니 재채기나 기침을 하고 손으로 여기저기를 만지면서 병을 옮길 수 있는 게 문제”라며 “감염 걱정과 줄어드는 고객까지 이중고를 겪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이미지 확대
11일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서 열린 ‘코로나19 확산 위험지대 콜센터 노동자 증언 및 기자회견’에서 심명숙(왼쪽 세 번째) 다산콜센터지부장이 콜센터 노동자의 집단감염을 막기 위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11일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서 열린 ‘코로나19 확산 위험지대 콜센터 노동자 증언 및 기자회견’에서 심명숙(왼쪽 세 번째) 다산콜센터지부장이 콜센터 노동자의 집단감염을 막기 위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고객과의 대면 업무가 많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좁은 휴게실도 감염 사각지대다. 한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최희옥(가명)씨는 “계산대에서 하루 8시간 동안 마스크를 쓰다 보니 갑갑해서 휴게실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실제 동료 직원 중에 확진환자가 나왔는데도 휴게실에서 같이 쉰 사람은 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아 내심 걱정이 됐다”고 전했다.

집단감염 사태 발생 이후에도 여전히 콜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좌석 간격을 넓히고 환기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11일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영환 한국고용정보지회장은 “콜센터는 실질적으로 마스크 사용이 불가능하고 앞, 옆 사람과의 간격도 불과 50센티미터”라면서 “콜센터를 24시간 운영하는 곳은 여러 직원이 같은 자리를 돌려 쓰는가 하면 다른 사람의 헤드폰을 쓰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김라미 SH공사지회장은 “마주 보는 자리는 일렬로 일하도록 배치를 바꾸고 통화 품질을 위해 닫는 문을 열어 건물 환기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2020-03-12 9면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