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견 연기 요청한 여성정책실장이 서울시 조사단도 구성

회견 연기 요청한 여성정책실장이 서울시 조사단도 구성

입력 2020-07-16 22:00
수정 2020-07-17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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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중이니 시기 조정”변호인에 연락
市주도 조사단 공정성 논란 가중될 듯

, 시민단체 고발 사건 중앙지검 배당
고한석 前실장 “산에서 내려오라 설득”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폭로 기자회견이 열리기 2시간 전쯤 서울시 고위 간부인 송다영 여성가족정책실장이 피해자 A씨의 변호인에게 연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시장의 장례식이 진행 중인 만큼 기자회견을 미뤄 달라는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성추행 피해자 보호보다는 박 전 시장을 감싸는 데 치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현재 송 실장이 성추행 의혹 사건을 조사할 서울시의 민관합동조사단 구성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1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송 실장이 지난 13일 오전 11시 40분쯤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에게 전화했다”며 “언론 속보로 피해자 기자회견 예고를 접한 뒤 ‘박 전 시장의 장례식 중이니 시기를 조정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피해자 변호를 맡은 김 변호사가 전화를 받지 않아 ‘전화 부탁드립니다’란 문자메시지만 남겼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김 변호사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소 이후 서울시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실장이 전화했는데 받지 못했고 문자를 남겼지만 회신을 안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피해자 A씨를 상담한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 측에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을 조사할 민관합동조사단에 합류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체 쪽에서 참여하겠다고 하면 (조사단) 외부위원으로 위촉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송 실장이 피해자 측 기자회견 연기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송 실장이 구성을 주도하는 조사단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시장이 성추행 피소 사실을 알게 된 과정을 밝히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대검찰청은 시민단체 활빈단 등이 경찰청·청와대·서울시 관계자들을 성추행 피소 사실을 누설한 혐의로 고발한 4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곧 담당 부서를 지정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서정협(행정1부시장) 서울시장 권한대행 등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방조하거나 은폐한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고한석 전 서울시 비서실장은 이날 언론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지난 9일) 박 전 시장이 공관(서울시장 공관)을 나간 것을 안 뒤로 백방으로 찾으려고 노력했고, (통화에서) 박 전 시장이 산에서 내려오도록 설득했다”고 밝혔다. 고 전 실장은 지난 9일 오후 1시 39분에 박 전 시장과 마지막 통화를 했다.

한편 피해자 A씨에 대한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여성변호사회는 피해자 A씨를 돕기 위해 법률지원단을 구성하기로 하고 조력 방향과 지원단 운영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2020-07-1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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