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 1. 25 사진공동취재단
인권위는 13일 “공약·연설문 등을 사전 검토해 수정을 권고하는 것은 사실상 내용을 검열·제한하는 그릇된 관행이고 교육을 빌미로 아동이 누려야 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한다”며 진정이 제기된 A중학교장에게 교사가 학생회 선거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삭제하는 학생회 선거관리규정을 마련하라는 권고를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A중학교 학생회 선거에 후보자로 출마한 한 재학생은 학생생활안전부에 공약과 연설문을 제출해 검토받은 결과, 두발과 복장 자율화 공약이 삭제됐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잘못된 판단을 심어줄 수 있다’며 진정인에게 공약 수정을 권고했고 결국 이 공약은 수정됐다. 이에 대해 A 중학교장은 “선거운동이 혼탁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학생생활안전부장인 B교사는 “핸드폰 소지 허용, 체육복 등교 허용 등의 내용을 후보자의 의지로 학칙을 개정할 수 있는 것처럼 학생들이 오해할 수 있어 공약 수정을 권고했다”고 해명했다.
인권위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선거는 성인이 되기 전에 경험하는 민주주의의 산교육”이라면서 “학교와 교사는 학생들의 선거를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지원하고 학생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실시되는 선거처럼 공정한 선거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실현 불가능한 내용을 공약이나 연설문에 포함하는 건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기 때문에 교사가 일정 부분 제한이 필요하다’는 반론에 대해서도 “학생은 후보자의 공약과 연설문에 대한 옳고 그름, 타당성과 부당성 등을 판단하고 자정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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