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3주기 다가오지만… 위험의 외주화 현재 진행형

김용균 3주기 다가오지만… 위험의 외주화 현재 진행형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1-10-25 22:30
업데이트 2021-10-26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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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비정규직 실태 폭로

원청 고위험 작업 강요에 옥상 투신
3개월 쪼개기 계약 연장에 극단 선택
92.3% “발전소 폐쇄, 고용 불안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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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8일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정문 앞에 세워진 김용균 노동자의 추모 조형물 모습. 태안 연합뉴스
지난 4월 28일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정문 앞에 세워진 김용균 노동자의 추모 조형물 모습.
태안 연합뉴스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사망한 지 3년이 돼 가지만 노동 현장에서는 위험이 큰 작업을 하청 또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는 25일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 실태를 폭로하는 증언 대회를 열었다. 한국남부발전 부산빛드림본부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이승주(47)씨는 지난 8월 21일 원청업체의 부당한 작업 지시에 항의하다가 옥상에서 투신해 크게 다쳤다.

2017년 입사해 4년간 기계팀에서 증기터빈 설비를 정비했던 이씨는 투신 3일 전 원청 중간 관리자에게 해수전해설비 염산탱크 밸브가 손상됐다며 점검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안전장구 착용 지시도 없었고 작업허가서도 없었으며 이씨가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작업이었다.

단순 점검으로 안 이씨가 방독면도 쓰지 않은 채 밸브 볼트를 풀었을 때 얼굴로 염산가스가 분출했다. 원청 직원들이 배관을 염산으로 세척하던 중이라 내부에 염산가스가 잔류해 있었던 탓이다.

남부발전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허가 없이 단독 작업을 했다며 책임을 떠넘겼다가 뒤늦게야 잘못을 인정했다.

한국남동발전 삼천포발전본부에서 일해 온 하청 노동자 A(38)씨는 지난 15일 전기팀 비품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내와 어린 딸을 둔 고인은 2028년 삼천포화력발전소 6호기 폐쇄를 앞두고 고용 불안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는 2015년부터 6년간 삼천포발전본부에서 일하면서 3개월짜리 쪼개기 계약연장으로 일자리를 유지해 왔고,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았다.

지난 5월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노동자 363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2.3%가 발전소 폐쇄로 인해 고용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고, 33.3%가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되면 재취업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김용균씨 사망 2주기를 맞아 석탄화력발전소의 필수유지업무 하청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고 권고했지만, 정부와 한국서부발전 등 5개 발전사는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전체대표자회의 간사는 “올해 3월 기준으로 김용균의 동료인 석탄화력발전소 운전·정비 분야 비정규직 노동자 총 6561명 중 단 한 명도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조속한 정규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2021-10-2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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