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달걀 삶아 기부하고, 짜장면 나누고···산불 상처 난 울진 보듬는 시민들의 연대

달걀 삶아 기부하고, 짜장면 나누고···산불 상처 난 울진 보듬는 시민들의 연대

곽소영 기자
곽소영 기자
입력 2022-03-07 21:50
업데이트 2022-03-07 22:1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울진 대형 산불에 시민 연대 이어져
핫팩·마스크에 삶은 달걀까지 기부
인근 초등생들은 대피소서 자원 봉사
대구서 자장면 푸드드럭 올라오기도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한 목소리
이미지 확대
경북 울진에 사는 양인예(오른쪽)씨가 7일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가 마련된 울진군 봉평신라비기념관 앞 자원봉사센터 천막에서 울진군 관계자에게 기부할 물품이 담긴 종이 가방을 전달하고 있다. 가방 안에는 집에서 챙겨온 핫팩과 면 장갑이 들어있었다. 곽소영 기자
경북 울진에 사는 양인예(오른쪽)씨가 7일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가 마련된 울진군 봉평신라비기념관 앞 자원봉사센터 천막에서 울진군 관계자에게 기부할 물품이 담긴 종이 가방을 전달하고 있다. 가방 안에는 집에서 챙겨온 핫팩과 면 장갑이 들어있었다.
곽소영 기자
화마가 할퀴고 간 자리에 시민들의 연대가 꽃피고 있다. 나흘째 계속되는 경북 울진의 대형 산불로 6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나고 있는 가운데 울진 주민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7일 울진군 봉평신라비기념관 앞 산불현장 통합지휘본부에는 핫팩과 마스크를 기부하려는 시민들이 속속 찾아왔다. 어린 자녀와 함께 한 손에 핫팩과 마스크를 다섯개씩 들고 와 조용히 놓고 가기도 했고, 집에 있던 달걀을 삶아 오거나 사과즙을 챙겨 오는 이들도 있었다.

대규모 진화 인력에 배부할 만한 양의 핫팩이 없어 소방관과 군인들이 추위에 떠는 모습을 본 한 주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에 핫팩이 있다면 1~2개라도 갖다 달라”는 글을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울진 지역의 맛집을 공유하는 익명 단체메신저방은 산불 이후 ‘임시-울진 산불 실시간’ 방으로 이름을 바꾸고 주민들 간 기부나 자원봉사 정보를 나누는 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미지 확대
7일 경북 울진군 봉평신라비기념관 앞 산불현장통합지휘센터에 시민들이 십시일반 기부한 핫팩과 마스크가 쌓여 있다. 각자 집에서 낱개로 가져온 탓에 서로 다른 종류의 핫팩과 마스크들이 묶여 있지 않고 개별로 쌓여 있는 모습이다. 곽소영 기자
7일 경북 울진군 봉평신라비기념관 앞 산불현장통합지휘센터에 시민들이 십시일반 기부한 핫팩과 마스크가 쌓여 있다. 각자 집에서 낱개로 가져온 탓에 서로 다른 종류의 핫팩과 마스크들이 묶여 있지 않고 개별로 쌓여 있는 모습이다.
곽소영 기자
근남면에 사는 이현서(43)씨는 “이동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맘카페에 ‘30분만 기다렸다 출발할 테니 기부할 게 있으면 전달해 달라’는 글을 올렸는데, 30분 만에 차 트렁크를 모두 비워야 할 정도로 핫팩과 마스크가 가득 찼다”면서 “한 이웃분은 줄 게 없어 달걀이라도 삶아 왔다며 식을까 봐 멀리서부터 뛰어오시더라”고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울진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양인예(47)씨는 “쓰다 남은 면장갑이 있길래 혹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핫팩과 같이 챙겨 왔다”며 “산불이 커진 이후 마음이 아파 잠을 못 자고 있던 와중에 소방관과 공무원들에게 하나라도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경북 울진초 6학년 장지은(가운데)·문혜리(오른쪽)양이 지난 6일 산불로 이재민 대피소가 마련된 울진국민체육센터에서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경북 울진초 6학년 장지은(가운데)·문혜리(오른쪽)양이 지난 6일 산불로 이재민 대피소가 마련된 울진국민체육센터에서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이재민 대피소가 마련된 울진국민체육센터에는 인근 초등학생들의 자원봉사도 이어졌다. 울진초 6학년 문혜리(12)양과 장지은(12)양은 지난 6일 부모님과 함께 대피소 곳곳을 돌며 이재민의 식판을 회수했다. 지은양은 “산불이 이렇게 크게 난 걸 처음 봐서 불 때문에 집이 탄 사람들을 도우려고 왔다”며 “저보다 어린 아이들도 있고, 어르신들도 속상한 눈빛으로 앉아 계신 걸 보면 저도 같이 속상하다”고 말했다.

울진 밖에서도 온정은 산을 넘어 이어졌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짜장면 푸드트럭 봉사단인 ‘아름다운 동행 봉사단-사랑의 짜장차’는 산불이 발생한 지난 5일 저녁부터 울진으로 건너와 이재민과 관계자에게 짜장면을 만들어 나누고 있다.
이미지 확대
7일 이재민 대피소가 마련돼있는 경북 울진국민체육센터 앞에서 ‘아름다운 동행 봉사단-사랑의 짜장차’ 회원들이 점심 식사인 자장면을 준비하고 있다. 은퇴한 중년들로 이뤄진 봉사단은 지난 6일과 7일 점심시간 산불 이재민과 관계자에게 자장면을 만들어 무료로 제공했다.
7일 이재민 대피소가 마련돼있는 경북 울진국민체육센터 앞에서 ‘아름다운 동행 봉사단-사랑의 짜장차’ 회원들이 점심 식사인 자장면을 준비하고 있다. 은퇴한 중년들로 이뤄진 봉사단은 지난 6일과 7일 점심시간 산불 이재민과 관계자에게 자장면을 만들어 무료로 제공했다.
은퇴한 50·60대 중년 20여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구성된 사랑의 짜장차는 오전 8시부터 면을 뽑고, 대부분 고령층인 이재민에 맞춰 기름이 적은 짜장 소스를 준비한다.

봉사단 총괄대표인 정한교(59)씨는 “짜장면을 드시는 이재민들이 대부분 부모님 세대인 80대, 90대인 걸 보고 봉사 후 많이 울었다”며 “안타까운 산불이 두 번 다시 없기를 기도하면서 오늘도 짜장면 500인분을 준비해 350인분을 배식했다”고 말했다.
글·사진 울진 곽소영 기자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