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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수업도 척척…7080 ‘실버’ 코로나 학번의 슬기로운 대학 생활

비대면 수업도 척척…7080 ‘실버’ 코로나 학번의 슬기로운 대학 생활

곽소영 기자
곽소영 기자
입력 2022-03-22 17:50
업데이트 2022-03-2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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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85·86세 ‘코로나 학번’ 할머니들
코로나19에도 ‘활활’ 늦깎이 학구열
비대면 강의 복습, 동기들에 떡 돌리기도
“배움 열정, 젊은이들도 잃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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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 21학번 박태복(79) 할머니가 22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비대면 강의를 듣고 있다. 박씨는 사무실에서 들은 강의도 집에 가서 2~3번 복습해 듣는다고 전했다. 드럼, 모델 등 여전히 하고 싶은 도전이 많다는 박씨는 시니어 모델 지도자를 목표로 현재 시니어 모델 아카데미를 기부금 형태로 운영 중이다. 본인 제공
상지대 21학번 박태복(79) 할머니가 22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비대면 강의를 듣고 있다. 박씨는 사무실에서 들은 강의도 집에 가서 2~3번 복습해 듣는다고 전했다. 드럼, 모델 등 여전히 하고 싶은 도전이 많다는 박씨는 시니어 모델 지도자를 목표로 현재 시니어 모델 아카데미를 기부금 형태로 운영 중이다.
본인 제공
코로나19도 배움의 열정은 꺾지 못했다. 2019년 이후 입학해 일명 ‘코로나 학번’에 해당되는 ‘실버’ 대학생들의 이야기다. 배우고 싶다는 의지 하나로 대학 생활을 쟁취해낸 7080 만학도 할머니들은 어린 선·후배, 동기들도 코로나 시기를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상지대 생애개발상담학과 21학번 박태복(79) 할머니는 22일 오전부터 교양 수업인 한국화 강의 준비물을 사러 다니느라 분주했다. 젊은 시절부터 한복 모델, 조연 배우 등을 하며 집안의 가장이 됐던 박씨는 자녀의 손자·손녀까지 키운 뒤 다시 대학에 들어가 못 다한 공부를 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상지대에 입학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강의를 들어야 했던 지난해 박씨는 익숙지 않은 컴퓨터 조작법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어느덧 2학년이 된 박씨는 “1년을 했더니 이젠 강의 게시판에 수업 중 모르는 것도 질문하는 것까지 다 할 수 있다”며 “오히려 한 번 듣고 이해하지 못한 교수님 수업을 2~3번 반복해 들을 수 있어 비대면 강의가 더 좋을 때도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학 수업을 들으며 시니어 모델을 양성하는 지도자의 꿈이 생긴 박씨는 학교 옆인 강원도 원주에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시니어 모델 아카데미를 사비로 열었다. 박씨는 “올 가을 시니어 모델 선발대회를 개최하는 게 꿈”이라며 “젊은 친구들도 노인들도 어려운 지금 시기를 참고 기다리면 반드시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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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졸업한 수성대 19학번 박선민(86) 할머니가 학사모를 쓰고 찍은 졸업사진. 1학년이었던 2019년 학교에서 동기들과 고구마를 쪄와 나눠먹고 수업이 모두 끝난 뒤 저녁을 먹는 등 캠퍼스 생활을 즐겼던 박씨는 코로나19 이후 함께할 시간이 적어 아쉽다고 전했다. 요양병원에 웃음 치료 봉사를 갔다가 다른 노인들이 본인의 공부 경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본 박씨는 노인복지학과에 편입해 노인복지관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것이 꿈이다. 본인 제공
지난해 졸업한 수성대 19학번 박선민(86) 할머니가 학사모를 쓰고 찍은 졸업사진. 1학년이었던 2019년 학교에서 동기들과 고구마를 쪄와 나눠먹고 수업이 모두 끝난 뒤 저녁을 먹는 등 캠퍼스 생활을 즐겼던 박씨는 코로나19 이후 함께할 시간이 적어 아쉽다고 전했다. 요양병원에 웃음 치료 봉사를 갔다가 다른 노인들이 본인의 공부 경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본 박씨는 노인복지학과에 편입해 노인복지관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것이 꿈이다.
본인 제공
수성대 사회복지학과 19학번 박선민(86) 할머니는 지난해 7월 졸업을 한 뒤 4년제 대학의 노인복지학과 편입을 준비하고 있다. 자격증을 딴 뒤 대구 노인종합복지관에서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싶다는 박 할머니는 “같이 학교생활을 했던 어린 친구들을 보며 내가 70대만 됐어도 대학원에 도전했을텐데 싶어 아쉽다”고 말했다.

2019년 동기들과 함께 근처 팔공산에 나들이도 가고 고구마를 쪄와 나눠 먹었던 박 할머니는 “같이 수업을 듣던 친구들이 나를 ‘왕언니’라고 부르며 수업 듣는 것도 도와주고 점심도 사줬는데 코로나로 모이기가 어려웠다”며 “지난해 대면으로 봤던 기말고사 날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떡을 맞춰 40명 넘는 강의실에 돌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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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대 22학번 장옥순(86) 할머니가 22일 강의실에 앉아 대면 수업을 듣고 있다.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해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장씨는 학교에서 공부한 것을 이웃,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장성한 장씨의 아들, 손자, 며느리도 장씨의 학구열을 반기며 응원하고 있다고 한다. 오른쪽은 장씨를 응원하기 위해 지난해 충북 제천의 한 중학교 교장이 선물한 캐리커쳐.  
대원대 22학번 장옥순(86) 할머니가 22일 강의실에 앉아 대면 수업을 듣고 있다.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해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장씨는 학교에서 공부한 것을 이웃,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장성한 장씨의 아들, 손자, 며느리도 장씨의 학구열을 반기며 응원하고 있다고 한다. 오른쪽은 장씨를 응원하기 위해 지난해 충북 제천의 한 중학교 교장이 선물한 캐리커쳐.
 
대원대 사회복지학과 22학번 장옥순(85) 할머니도 오전 8시부터 학교에 나와 수업 들을 준비를 한다. 노화로 청력이 안 좋은 장씨는 “코로나로 교수님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 목소리가 안 들려 놓칠 때가 있는데 학점이 잘 안나올까봐 걱정”이라며 “교수님한테 수업자료를 받아 집에서 복습을 한다”고 말했다. 그런 장씨를 교수들은 ‘옥순씨’라고 부르며 살뜰히 챙긴다.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 이수한 장씨는 “젊을 때 공부를 못한 게 미련이 남아 배우는 게 그저 즐겁다”며 “장래가 구만리 같은 젊은 친구들도 힘을 얻어 열심히 공부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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