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내리며… 나 내려놓기… 2030, 다도에 흠뻑 젖다

차 내리며… 나 내려놓기… 2030, 다도에 흠뻑 젖다

곽소영 기자
곽소영 기자
입력 2022-04-24 20:30
업데이트 2022-04-25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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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에 줄선 ‘tea케팅’ 열기

티켓 1만장 단 3분 만에 매진
하룻밤 30만원 숙소 예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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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혜씨는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진행된 다도 행사 ‘경복궁 생과방’ 프로그램에 참여해 궁중 떡과 약차를 즐겼다. 강씨는 평소에도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함께 카페 대신 다도 행사를 진행하는 ‘한옥 카페’ 등을 찾는다고 말했다. 강윤혜씨 제공
강윤혜씨는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진행된 다도 행사 ‘경복궁 생과방’ 프로그램에 참여해 궁중 떡과 약차를 즐겼다. 강씨는 평소에도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함께 카페 대신 다도 행사를 진행하는 ‘한옥 카페’ 등을 찾는다고 말했다.
강윤혜씨 제공
2030세대를 중심으로 시간을 들여 정성껏 찻잎을 우려 마시는 ‘다도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며 ‘빨리빨리’ 문화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찾으려는 젊은이가 늘어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유명 다도 행사에 가기 위해 치열한 ‘티(tea)케팅’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강윤혜(24)씨는 지난 20일 경복궁에서 열린 다도 행사인 경복궁 생과방을 예약하기 위해 ‘새로고침’을 50차례 이상 눌러 겨우 취소표 한 장을 구했다.

그마저 공휴일이나 주말은 예약이 꽉 차 평일에 행사를 다녀온 강씨는 24일 “카페와 달리 ‘테이크아웃’ 개념이 없는 다도는 자리에 앉은 뒤 주전자를 쥐고 찻잔에 따라 차를 마시는 일련의 절차가 정해져 있다”면서 “이 시간만큼은 차를 마시는 과정에 집중할 수 있어 온전히 휴식과 여유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조선시대 궁중 약차와 떡을 맛보는 체험 행사인 경복궁 생과방은 입소문이 나면서 티켓 1만장이 3분 만에 매진됐다. 대학생 이현호(26·가명)씨는 일부러 다도 행사를 제공하는 한옥 숙소를 찾아가기도 했다. 하룻밤을 묵는 비용이 30만원에 달했지만 이씨는 제대로 쉴 수 있어 후회가 없다고 했다. 이씨는 “찻잎이 따뜻한 물에 제대로 우러나길 천천히 기다려야 한다”며 “바쁘게 학교생활을 하다가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차가 우러나기만을 기다리는 ‘느림’이 다도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이날 열린 ‘2022 서울 국제 차·공예 박람회’에도 젊은 사람이 많이 왔다. 주최 측 관계자는 “기존 박람회에선 40~60대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20~30대 방문객 비율이 절반 이상”이라며 “차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확실히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보통 카페에서 소비하는 커피는 ‘레디메이드’(이미 만들어진) 제품이지만 차는 시간을 투자해 예절을 하나하나 익혀 나가면서 마음을 수련하며 마시는 문화”라면서 “전통문화를 향유하는 동시에 마음의 여유를 갖고 수양을 하고자 하는 2030세대의 가치 지향성이 발현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소영 기자
2022-04-2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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