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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양팔 잃은 금메달리스트, 뒤늦게 울분 토한 까닭

군에서 양팔 잃은 금메달리스트, 뒤늦게 울분 토한 까닭

손지민 기자
입력 2022-05-03 14:20
업데이트 2022-05-0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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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상이군인 체육대회 금메달리스트 나형윤 선수

사고 당시 ‘상이연금’ 안내받지 못 해 최근 알게 돼
“고지도 없이 소멸 시효 끝났다며 퇴짜…너무 억울”
세계 상이군인 체육대회 ‘인빅터스 게임’에 출전한 사이클 대표 나형윤 선수가 지난 4월22일(현지시간)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고 있다. 헤이그(네덜란드) 공동취재단
세계 상이군인 체육대회 ‘인빅터스 게임’에 출전한 사이클 대표 나형윤 선수가 지난 4월22일(현지시간)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고 있다. 헤이그(네덜란드) 공동취재단
16년 전 최전방 복무 중 양팔을 잃는 아픔을 이겨내고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상이군인이 적절한 안내를 받지 못 해 상이연금을 받지 못 하는 등 제대로 된 예우를 받지 못 한 사연이 뒤늦게 전해졌다.

3일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 따르면 2006년 부사관으로 복무할 당시 감전사고로 양팔을 잃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의병 전역한 장애인 사이클 선수 나형윤(38)씨는 최근에야 ‘상이연금’의 존재를 알게 됐다.

지난달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세계상이군인 체육대회 ‘인빅터스 대회’ 참가를 계기로 동료 선수들로부터 해당 연금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전해 들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비역 중사인 나씨는 2006년 11월 최전방 일반전초(GOP) 부대의 철책 경계등 정전복구 작업 중 고압전기에 감전됐다. 군 병원에서 치료가 어렵다고 한 탓에 민간병원에서 6개월간 수술·치료를 받은 그는 괴사가 진행돼 양팔을 절단하고 2007년 6월 의병 전역하게 됐다.

그러나 나씨는 전역 과정에서 군인재해보상법에 따른 상이연금 제도에 대해 전혀 전달받지 못 했다고 했다.

인빅터스 대회 참가를 계기로 상이연금에 대해 알게 돼 최근에야 국방부 담당 부서에 연금 신청을 문의했지만 소멸시효를 이유로 사실상 ‘퇴짜’를 맞았다.

현행 군인재해보상법 제49조는 ‘그 급여의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장애가 발생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신청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16년 전 사고를 당한 나씨는 원칙적으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나씨는 전역 당시 국방부로부터 받은 안내문 등을 근거로 관련한 정보가 일절 없었던 만큼 이런 규정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고 당시나 병원 치료를 받는 6개월의 기간, 군 병원에 있던 기간과 전역증을 우편물로 받을 당시뿐 아니라 소멸 시효 기간인 5년 동안 군 관련 그 누구도 어떠한 안내나 고지도 해주지 않았고, 군인연금 관련 연락도 받지 못했다”면서 “이제 와 신청하려고 하니 소멸 시효가 끝나서 안된다고 해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나씨는 사고 당시 군의 대응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군 병원에서 치료가 어려우니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라고 해 당연히 병원비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갑작스럽게 간부로부터 민간병원 진료비는 지원되지 않는다고 전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루 약 200만 원이라는 고액의 병원비가 걱정돼 치료도 포기하고 괴사되는 팔을 하루하루 지켜봐야 했다”면서 “3000만 원이 넘는 병원비를 부모님께서 부랴부랴 마련하셔서 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가유공자가 되는 과정 또한 지휘관들의 진급 문제로 공무 중 사고가 아닌 개인 사고로 처리하려 했다”며 “방송사에 제보하고 나니 국방부에서 방송을 무마시키고 제대로 된 처리를 해주겠다고 약속해 방송을 철회했다”고 덧붙였다.

나씨는 국가유공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과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렇게 있는 제도조차 고지를 안 하면서 무슨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찾고, 국가유공자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겠느냐”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나라에서 일하다 다쳐 저와 같은 길을 걷게 될 젊은 친구들과 아직도 이런 제도가 있는지도 모르실 선배들이 제대로 된 보상과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나씨는 지난달 22일 헤이그에서 열린 인빅터스 대회 사이클 남자 3.3㎞ 개인 독주 로드 바이크1(총 3단계 장애등급 중 최고 등급) 경기에서 5분 16초 18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손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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