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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임의수사 필요는 인정…사후통지 없는 통신조회 헌법불합치

헌재, 임의수사 필요는 인정…사후통지 없는 통신조회 헌법불합치

강윤혁 기자
강윤혁 기자
입력 2022-07-21 18:17
업데이트 2022-07-2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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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자료 취득행위 헌소 대상 안돼
공권력 행사 아닌 임의수사로 판단
수사초기 피의자·피해자 특정 필요
수사 목적 방해없는 사후통지 가능
당국 무차별적 통신조회 관행 제동
국회 등 내년말까지 후속대책 마련

국민의힘 법사위 앞에서 의원총회 개최
국민의힘 법사위 앞에서 의원총회 개최 국민의힘 의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회의장 앞에서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야당 의원들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를 사찰 의혹이라며 공수처 해체 및 김진욱 공수처장 사퇴를 주장했다. 2021.12.30
국회사진기자단
헌법재판소가 21일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 근거인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은 임의수사의 필요성과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동시에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또 해당 조항을 곧바로 무력화할 경우 일선 수사 현장에서 혼란이 커질 것이란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 자체는 공권력 행사가 아니기에 헌법소원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가 수사기관 요청을 응하지 않더라도 법적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설사 수사기관의 요청으로 사업자가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다고 할지라도 간접적·사실적인 불이익에 불과하다”며 각하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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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및 정치인 등에 대한 공수처의 무차별적인 통신자료 조회로 사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상범 의원 등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지난 22일 김진욱 공수처장 등을 고발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서울신문 DB
언론인 및 정치인 등에 대한 공수처의 무차별적인 통신자료 조회로 사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상범 의원 등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지난 22일 김진욱 공수처장 등을 고발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서울신문 DB
헌법소원 청구인 측은 전기통신사업법 해당 규정이 영장주의 등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했지만 헌재는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의수사 절차인 통신자료 제공요청은 강제수사와 달리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재는 “수사의 초기 단계에서는 피의자나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받아 범죄 등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관련자의 범위를 좁혀나갈 필요가 크다”고 밝혔다.

재판관 다수는 이 규정이 과잉금지 원칙, 명확성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이종석 재판관은 별개의견으로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배된다며 “임의수사 방식으로 허용하는 통신자료 제공요청 범위는 제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관 전원이 문제를 삼은 부분은 적법절차의 원칙이다. 현재 수사기관이 이동통신사를 통해 가입자 개인정보를 확인하더라도 수사기관과 이동통신사 모두 가입자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가입자는 스스로 이동통신사 측에 통신자료 조회 내역을 청구해 자료를 받은 뒤에야 조회 사실을 알 수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무차별 통신조회 논란 당시에도 이 부분이 큰 문제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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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종구 참여연대에서 공수처 통신자료 수집 논란으로 본 통신자료 무단 수집 제도 개선방안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2022. 1. 11 정연호 기자
11일 서울 종구 참여연대에서 공수처 통신자료 수집 논란으로 본 통신자료 무단 수집 제도 개선방안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2022. 1. 11 정연호 기자
헌재는 수사의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정보주체에 조회 사실을 통지하는 것이 헌법에 부합한다고 했다. 헌재는 “통신자료 제공요청은 효율적인 수사와 정보수집의 신속성, 밀행성 등의 필요성을 고려하면 사전에 그 내역을 통지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수사기관 등이 통신자료를 취득한 이후에는 수사 등 정보수집 목적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통신자료의 취득사실을 이용자에게 통지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국회는 물론 검찰과 경찰, 공수처 등 관계기관은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기한으로 정한 내년말이면 해당 조항은 효력을 상실하게 돼 임의수사의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헌재가 사후통지조차 없는 절차의 위헌성을 문제 삼은만큼 수사기관이 이동통신사를 통해 가입자 정보를 확보한 경우 정해진 기간 내 해당 사실을 통보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윤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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