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0분 지연? 오송-서울 KTX 3시간 넘게 걸렸다” 탈선 사고 알리지도 않은 코레일(종합)

[단독] “50분 지연? 오송-서울 KTX 3시간 넘게 걸렸다” 탈선 사고 알리지도 않은 코레일(종합)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2-11-07 18:05
업데이트 2022-11-0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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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서 기다린 시간 빼고 운행 시간만 155분”

오송-서울 KTX 016호 객실 민원 폭주
오송역, 기다리다 지친 승객 항의 전까지
사고 발생 후 1시간 가까이 사고 안내 없어
출퇴근길 승객들 큰 불편…“상식 이하 서비스”
원희룡 “코레일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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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정상화는 언제쯤’
‘열차 정상화는 언제쯤’ 7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매표소에서 무궁화호 열차 탈선사고로 인한 열차 운행 정지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2022. 11. 7. 연합뉴스
‘무궁화호 열차 탈선’ 계속되는 복구 작업
‘무궁화호 열차 탈선’ 계속되는 복구 작업 무궁화호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한 서울 영등포역 인근 철로에서 7일 오전 코레일 긴급 복구반원들이 사고 열차를 크레인으로 옮기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6일 오후 8시 15분 용산발 익산행 열차가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던 중 선로를 이탈했다. 이 사고로 KTX 등 열차의 운행이 취소되거나 지연 운행되고 있다. 2022. 11. 7. 연합뉴스
“탈선 사고가 났는데 알리지도 않고 코레일은 뭐하는 겁니까!”

사고가 끊이지 않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이달 5일 작업 중 직원 사망사고에 이어 6일 무궁화호가 탈선해 승객 34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에게 제때 사고 상황을 알리지 않는 등 늑장 대응으로 일관해 시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사고가 난 시각이 일요일 저녁이라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출근에 대비하던 승객들은 밤 늦은 시각 다른 차편을 구하기 위해 되돌아가거나 무한 대기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철도운송분야 독점 공기업으로서 미숙한 안전 대응과 상식 이하의 서비스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탈선 사고 났는데 알리지도 않았다”

7일 복수의 코레일 승객들에 따르면 코레일 측은 기다리다 지친 승객들이 항의하기 전까지 사고 안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오후 8시 52분쯤 서울 영등포역 인근에서 승객 279명이 태운 무궁화호 열차가 진입하던 중 탈선해 KTX를 포함한 82개 열차가 20분에서 최장 3시간가량 지연 운행됐다.

사고 시각 공무원 A씨는 다음날 업무에 대비해 서울행 기차를 타려고 오송역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A씨는 사고 발생 8분 뒤인 오후 9시 오송역에 도착했지만 코레일톡 앱과 역내에서는 전혀 사고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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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역 부근에서 무궁화호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한 6일 밤 서울 영등포역에서 관계자들이 탈선 열차 승객들에게 교통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오후 8시 15분 용산발 익산행 열차가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던 중 선로를 이탈했다. 2022. 11. 6. 뉴스1
서울 영등포역 부근에서 무궁화호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한 6일 밤 서울 영등포역에서 관계자들이 탈선 열차 승객들에게 교통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오후 8시 15분 용산발 익산행 열차가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던 중 선로를 이탈했다. 2022. 11. 6. 뉴스1
A씨는 “사고 나고 나서 오후 9시쯤 역에 도착해 있었는데 사고에 대한 고지가 전혀 없었다”면서 “이후 열차를 타려고 9시 30분쯤 앱을 확인하니 8분 지연으로 안내가 떴다”고 말했다. A씨는 8분 정도 지연이면 기다렸다가 열차를 타야겠다는 생각으로 기다렸다고 했다. A씨는 사고가 난 지 1시간이 다 된 오후 9시 50분까지도 역내에서는 사고에 관한 어떤 안내도 없었다고 밝혔다.

역내 전광판으로 지연 알림 시각만 고지됐을 뿐 사고가 났으니 다른 교통편을 알아보라는 등 지연 이유나 승객들을 위한 역내 대응 시스템은 일절 작동하지 않았다.

8분 지연은 이후 18분 지연으로 변경됐고 지연 시간은 점점 늘어났다.

한 시간 가까이 기다리다 지친 승객들이 “열차가 오기는 하느냐. 기다리면 탈 수는 있느냐. 왜 열차가 오지 않느냐”고 항의를 하자 그제서야 역무원은 “탈선 사고가 나서 다른 차편을 이용하는 게 빠를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연열차인 줄 알고 타면 지연배상금 안 준다”
“지연열차인 줄 알고 타면 지연배상금 안 준다” 6일 밤 발생한 무궁화호 탈선 사고 이후 7일 오전 지연 시간 안내가 없는 코레일톡 KTX 열차 조회 화면. 열차 지연 안내 미흡에 대한 승객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이후 지연 예상 시간을 명기한 모습. 코레일은 지연 열차라고 표기했는데도 구입할 경우 지연배상금을 주지 않는다는 문구를 공지했다. 코레일 톡 캡처
“독점 공기업, 코레일 승객들이 우습나”

A씨는 “‘사고가 났는데 오늘 내 수습이 안 될 것 같아 다른 대체 수단으로 강구해라’고 빨리 공지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플랫폼 전광판에 8분 지연만 띄우면 승객들이 어떤 상황인 줄 알고 판단할 수 있었겠느냐. 코레일이 승객들을 우습게 여기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승객 B씨는 “코레일에서 한참 후에 다른 차편을 알아보라고 해 급히 고속버스를 알아봤지만 밤늦은 시각 고속버스를 구해 서울에 도착한다고 해도 이미 대중교통 수단이 끊긴 시각이라 이동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철도 독점 공기업인 코레일이 적자가 날 때는 국민 혈세로 지원 받으면서 정작 문제가 터졌을 때는 안이하기 그지 없고 불량 서비스로 기다리는 승객들의 발마저 묶었다”고 꼬집었다.

이날 오전에도 사고 수습을 마치지 못한 탓에 아침 출근길 승객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열차 운행중지에 따른 지연으로 발을 구르는 시민들의 글들이 이어졌다.

코레일 측은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전날 지연은 많이 됐지만 대부분 서울로 다 도착했고 오늘(7일) 오전에 많이 막힌 곳은 53분 정도 지연됐고 대체로 2~3분 정도 지연된 걸로 나온다”면서 “오후 4시 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소 50분 남짓 걸리는 오송~서울역 구간을 운행한 KTX 016호가 155분(약 2시간 30분) 지연 도착하고 있다. 독자 제공
평소 50분 남짓 걸리는 오송~서울역 구간을 운행한 KTX 016호가 155분(약 2시간 30분) 지연 도착하고 있다. 독자 제공
“세종 공무원들 지각 대란각”
“세종 공무원들 지각 대란각” 6일 오후 8시 52분 발생한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 사고로 출근길 발이 묶인 시민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실시간으로 상황을 올리고 있다. 코레일은 사고 이후 지연 안내 서비스 미흡 등으로 이용 승객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페이스북 캡처


시민 체감과 판이하게 다른 코레일
불편은 시민 몫 “일정 전부 꼬였다”

“불편 끼친 코레일 관련자 처벌해야”

그러나 코레일의 상황 판단은 시민들의 체감과는 딴판이었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이날 오전 10시 39분에 오송역을 출발한 고속열차(KTX) 016호는 155분(2시간 32분)이 지연 끝에 서울역에 도착했다.  

역내에서 차량을 기다린 30대 승객 C씨는 “역내에서 기다린 시간을 포함하면 3시간 20여분 만에 서울에 도착했다”면서 “약속 취소는 물론 일정이 전부 꼬였고 객실 내에서는 민원이 폭주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오송~서울역 구간은 평소라면 50분 남짓 걸리는 거리다. 승객들은 “고속열차(KTX) 탄 게 아니라 무궁화, 새마을보다 더 느린 열차를 탔다”고 혀를 찼다.

역내 사진을 SNS에 올린 승객 D씨도 “세종 공무원들 지각 대란각”이라면서 “광명역에서 오전 7시 27분에 출발해야 할 기차가 오후 8시 55분에 출발했다. 영등포-광명역 셔틀 전철은 운행을 안하고 택시도 안 잡혔다”고 전했다. 지연 시각이 약 1시간 30분이다.
서울 영등포역 부근에서 무궁화호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한 6일 밤 서울 영등포역 대합실에서 119 구급대원들이 부상자를 파악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오후 8시 15분 용산발 익산행 열차가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던 중 선로를 이탈했다. 2022. 11. 6.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역 부근에서 무궁화호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한 6일 밤 서울 영등포역 대합실에서 119 구급대원들이 부상자를 파악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오후 8시 15분 용산발 익산행 열차가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던 중 선로를 이탈했다. 2022. 11. 6. 연합뉴스
걸어서 선로 빠져나가는 승객들6일 오후 8시 55분쯤 서울 영등포역 인근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해 승객 35명이 다치고 이중 20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탈선 후 승객들이 기차에서 내려 선로를 빠져나가고 있다.   SNS캡처
걸어서 선로 빠져나가는 승객들6일 오후 8시 55분쯤 서울 영등포역 인근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해 승객 35명이 다치고 이중 20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탈선 후 승객들이 기차에서 내려 선로를 빠져나가고 있다.
SNS캡처
온라인에서는 “역에서 사고 소식을 모르고 사람들이 기다리는데 안내 방송도 없고 안내하는 사람도 없었다”, “지연 공지도 없이 멀쩡하게 운영하는 것처럼 해놓고선 열차는 오지도 가지도 않았다”, “어제부터 대략적인 지연 시간을 알려주지도 않고 자정이 돼서야 연착이란다”, “기차안인데 제대로 설명도 없고 무작정 지연 중이다.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다. 이게 무슨 짓이냐” 등 코레일을 성토하는 경험담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정당한 요금을 지불하고 타는 승객들인데 쉬쉬하면서 승객들에게 피해를 끼쳤으니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마땅하다”면서 “승객들이 피해를 겪은만큼 코레일측에서 제대로 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열차 이용에 불편을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리며, 빠른 복구와 안전한 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전에 코레일톡, 홈페이지를 통해 상황을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코레일은 지연 논란에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민원이 폭주하자 시간대별 지연시간을 공개하고 “지연 열차의 승차권을 확인하고 구입하라. 구입시 열차지연에 따른 지연 배상을 하지 않는다”고 코레일톡을 통해 공지했다.
“지연 열차 선택하면 지연배상 안한다”
“지연 열차 선택하면 지연배상 안한다” 6일 밤 무궁화호 탈선사고로 열차 운행이 심각하게 지연되는 가운데 코레일이 지연 열차임을 알고도 선택하면 지연배상을 하지 않는다는 공지를 코레일톡을 통해 공지하고 있다. 코레일톡 캡처
코레일 탈선건수 올해만 12건
지난해 전체건수 이미 넘어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올해 코레일 탈선사고 건수는 12건이다. 이는 지난 한해 동안 발생한 탈선사고 건수 9건을 이미 넘긴 수치다. 코레일 관한 노선의 탈선사고는 2018년 2건, 2019년 5건, 2020년 2건에서 지난해 9건으로 급증했다.

탈선사고 피해 규모도 지난해 4억 9200만원에서 올해 들어 8월까지 17억 38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 1월 대형 탈선사고인 경부선 KTX 사고의 영향이 컸다. 올해 상반기 KTX의 60분 이상 지연 운행은 총 105회로 전년(46회)보다 128.3% 증가해 최근 5년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연 시간 20분 미만은 코레일 사규상 지연에 따른 배상금조차 지급하지 않아 실제 시간·금전적 피해를 입은 열차이용객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출장 중인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사고가 많은 코레일은 이제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면서 “승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원 장관은 이달 3일 철도안전 비상대책 회의까지 열고 철도 안전 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이런 지시가 무색하게 코레일에서는 잇따라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5일 오후 8시 20분쯤에는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에서 차량 정리 작업 중이던 코레일 직원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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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궁화호 탈선’ 출근길 지하철 지연
‘무궁화호 탈선’ 출근길 지하철 지연 서울 영등포역 인근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한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신도림역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이날 오후 1시 정상화를 목표로 복구 작업에 한창이다. 2022. 11. 7. 뉴스1
무궁화호 탈선사고로 인한 조치를 코레일톡 앱으로 알린 코레일의 열차운행조정 안내문. 코레일톡 캡처
무궁화호 탈선사고로 인한 조치를 코레일톡 앱으로 알린 코레일의 열차운행조정 안내문. 코레일톡 캡처
세종 강주리 기자
세종 이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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