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초등생 사망사건’ 뺑소니 아니라고?

‘스쿨존 초등생 사망사건’ 뺑소니 아니라고?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2-12-07 16:13
업데이트 2022-12-0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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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치에 실망한 학부모들 탄원서 돌려
해당 초등학교 학부모회, 3000명 서명 받아내
유족, 탄원서 전달받아 경찰에 제출·엄벌 촉구
“10초든 43초든 현장 이탈했으면 뺑소니 아니냐”
전문가 “구호조치 없었다면 고의성 인정” 의견도

7일 오후 2시쯤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학생들이 하교하면서 지난 2일 오후 4시57분쯤 음주운전 사망사고로 사망한 초등학교 3학년 A(9)군이 사망한 현장 앞에 서 있다. 최영권 기자
7일 오후 2시쯤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학생들이 하교하면서 지난 2일 오후 4시57분쯤 음주운전 사망사고로 사망한 초등학교 3학년 A(9)군이 사망한 현장 앞에 서 있다.
최영권 기자
술에 취한 상태로 차를 몰다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운전자에 경찰이 뺑소니 혐의는 적용하지 않은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학교 학부모회 소속 학부모들은 학생, 학부모, 지역 주민 3000명의 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7일 유족에 전달했고, 유족은 경찰에 음주운전 가해자의 엄벌을 요구하며 이 탄원서를 제출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30대 남성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및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를 적용했지만 특가법상 도주치사 혐의는 제외했다.

A씨는 지난 2일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청담동 언북초 후문 인근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이 학교 3학년 B(9)군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인 0.08% 이상이었다. A씨는 사고 후 바로 차에서 내리지 않고 인근 빌라에 주차하고서 현장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뺑소니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을 놓고 논란이 확산하자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검토한 결과, A씨는 사고 현장에서 21m 떨어진 자택에 차를 주차한 뒤 정확히 43초만에 현장에 돌아온 것을 확인했다”며 “그뒤 A씨가 사고현장 바로 옆 꽃집 주인에게 “빨리 119에 전화해주세요”라고 말했고, 거리에 있던 행인에게도 구조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 후문 사고 현장 앞에 꽃다발이 놓여 있고,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최영권 기자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 후문 사고 현장 앞에 꽃다발이 놓여 있고,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최영권 기자
하지만 유족 측은 “이 사건은 명백한 뺑소니 사고”라면서 뺑소니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북초 학부모 등 지역 주민들도 “43초든 10초든 일단 아무 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났으면 뺑소니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언북초 1학년 학생 부모라고 밝힌 김모(42)씨는 “대낮에 술 마시고 외제차 타고 돌아다니다가 살인을 한건데 빠져나간다는게 말이 되느냐”며 “경찰이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인도가 따로 없는데다 비좁고 경사가 심한 도로라 평소에도 사고 위험이 컸던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학부모 이서우(35)씨는 “학교 앞에 사각지대가 많아 원래 너무 위험했던 곳”이라며 “이번 사고가 나기 전에도 아이가 사고가 날 뻔 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인터뷰 도중 갑작스레 차가 다른 반 아이 앞을 쏜살같이 지나가려 하자 아이의 손을 붙잡고 “이 차만 보내고 가자”고 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에 “학생 안전을 위한 출입통제에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써 있다. 최영권 기자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에 “학생 안전을 위한 출입통제에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써 있다.
최영권 기자
정웅석(서경대 교수)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은 “곧바로 차에서 내려 구호 조치 없이 일단 현장을 벗어났다면 고의성이 인정되고 범죄 행위는 완성되는 것”이라며 “최소한 명함이라도 남겼어야 하는데 그후에 돌아와서 후회하더라도 소용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경찰이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당연히 도로교통법상 사고후 미조치 혐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도 적용됐어야 한다”고 했다.
최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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