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잃은 부모 앞에… 버젓이 내걸린 혐오

자식 잃은 부모 앞에… 버젓이 내걸린 혐오

곽소영 기자
곽소영 기자
입력 2022-12-21 21:50
수정 2022-12-22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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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가해’ 현수막 방치 논란

이태원 참사 분향소·수요집회 앞
일부 보수단체 대형 현수막 걸어
당국 “단속 대상 아니다” 손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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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현수막과 이를 비방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는 모습.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현수막과 이를 비방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는 모습.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 현장에 ‘혐오’ 발언을 담은 현수막이 버젓이 게시됐지만 관련 법의 한계로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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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종로구 평화의소녀상 인근에서 열린 정기 수요집회 장소 맞은편에 맞불 집회를 연 극우 단체의 2차 가해성 현수막이 줄지어 설치돼 있다.
21일 서울 종로구 평화의소녀상 인근에서 열린 정기 수요집회 장소 맞은편에 맞불 집회를 연 극우 단체의 2차 가해성 현수막이 줄지어 설치돼 있다.
2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 앞에는 ‘2021년도 사망자 31만 명이다. 이런 사고, 사망도 국가가 책임져야 하나’ 등의 내용이 담긴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지난주에는 보수단체의 해당 현수막을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해 용산경찰서에 수사 의뢰가 접수되는 등 현수막을 둘러싼 갈등도 벌어졌다. 보수단체 측의 항의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지난 19일 추모 공간을 지켜 달라며 무릎을 꿇기도 했다.

용산구에는 해당 현수막을 철거해 달라는 민원이 10건 이상 접수됐지만 구 측은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옥외광고물법 제8조에서 ‘적법한 정치활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해 설치하는 경우’에는 현수막 설치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구 관계자는 “해당 단체가 24시간 집회 신고를 했기 때문에 옥외광고물법상 단속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열린 정의기억연대의 수요집회 현장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집회 때마다 충돌해 온 보수단체가 최근 수요집회가 열리는 평화로를 따라 ‘위안부는 매춘 행위를 하는 여자를 지칭하는 것’, ‘역사왜곡 30년’ 등의 현수막을 함께 내걸기 시작한 것이다. 정의연에 따르면 이전 집회에는 ‘위안부가 자랑이냐’, ‘위안부는 포주와 계약 맺고 돈을 번 직업 여성’ 등의 현수막도 설치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의연 측은 종로구에 현수막 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구 측은 지난 12일 “집회 신고한 모든 단체가 해당 시간과 장소의 범위 내에서 현수막을 활용해 실제 집회·시위를 하고 있다”며 “옥외광고물법 제8조에 의한 적용 배제 대상으로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변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집회 때마다 현장에 일일이 나가 현수막 내용이 옥외광고물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조항에 해당되는지 바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22-12-2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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