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벌금형 나와도 피해자 해고”…법 사각지대 ‘5인미만 사업장’

“성추행 벌금형 나와도 피해자 해고”…법 사각지대 ‘5인미만 사업장’

손지연 기자
손지연 기자
입력 2023-07-30 17:22
업데이트 2023-07-3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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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 119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이메일 제보 216건 분석 결과 발표


해고 68.1%·직장 내 괴롭힘 46.2% 등
“트레이닝 바지 입었다고 해고 당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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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퇴사 범용 이미지./서울신문 DB
직장인 퇴사 범용 이미지./서울신문 DB
“단둘이 저녁을 먹자는 소장의 제안을 여러 차례 거절하다가 어쩔 수 없이 응했습니다. 소장은 데이트하자는 말도 서슴지 않았고 불쾌한 신체적 접촉을 했습니다. 결국 소장이 성추행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 사업주는 저를 해고했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0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 노동자로부터 받은 이메일 제보 내용이다. 성추행 고소에 따른 보복성 해고로 볼 수 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아 법적으로 부당해고는 아니다. 노동약자에 대해서는 더 두터운 사회안전망으로 보호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법이 적용되지 않아 사각지대 노동자들은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도 제대로 구제받지 못하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30일 ‘노동법 범법지대 5인 미만’ 보고서를 내고 “근로조건의 기준이 돼야 할 근로기준법이 사실상 근로조건 차별의 기준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가 2020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3년 6개월 동안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로부터 받은 이메일 제보 216건을 분석한 결과, 해고·임금 등 생존권과 관련된 내용이 147건(68.1%, 중복 집계)으로 가장 많았다. 직장 내 괴롭힘 등 인격권 침해 100건, 근로계약서·임금명세서 미교부, 4대 보험 미가입, 모성보호 위반, 직장 내 성희롱 등 현행법 위반 44건, 노동시간·휴가 등 휴식권 침해가 14건으로 뒤를 이었다.

5인 미만의 스튜디오에서 일한 직원 A씨가 지난해 2월 제보한 내용에는 “대표가 ‘제가 일에 대한 확신이 없어 보인다’며 구두로 해고했다. 고용노동부에 물어보니 5인 미만이면 부당해고로도 다툴 수 없다고 했다”는 상황이 담겨 있다.

지난 3월 이메일 상담 요청을 한 B씨는 “회사 제품을 소개하는 박람회에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왔다고 지적을 받았다. 박람회 둘째 날 짐 정리를 하기 위해 편하게 입고 온 것이라고 말했는데도 상사는 퇴사 사유로 삼았다”고 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달 9~15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가입률은 40%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사업장 규모와 무관하게 노동자가 1명이라도 있으면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신하나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더 많이 일하고, 더 적게 벌고, 더 괴롭힘을 당하고, 부당하게 해고된다“면서 “조속히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5인 미만 사업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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