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못 보낸다, 내 딸’

[포토] ‘못 보낸다, 내 딸’

입력 2023-09-09 18:40
업데이트 2023-09-0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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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 40대 A씨의 발인식이 9일 오전 대전 서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눈물을 겨우 참아내던 가족들은 작은 몸에 상복을 입고 어머니인 A씨 영정사진 앞에 선 어린 두 자녀 앞에서 결국 무너져내렸다.

밝은 미소로 웃고 있는 누나의 영정사진을 든 A씨 남동생의 얼굴 속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남동생 뒤를 이어 양손에 어린 두 자녀의 손을 잡고 있던 A씨 남편이 눈물을 삼킨 채 관이 있는 곳까지 향했다.

A씨 어머니와 시어머니는 그저 관을 붙들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운구차에 관이 실리자 A씨 어머니는 관을 부여잡은 채로 “죽어도 못 보낸다” 오열했다.

A씨의 관을 실은 운구 차량은 A씨가 생전 재직했던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로 향했다.

야속하리만치 화창한 하늘 아래에 검은색 옷을 입은 수많은 인파가 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여 있었다.

인근 주민들과 학부모, 학생들이었다.

오열하는 소리가 운동장을 퍼져나갔다.

학교에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A씨 영정사진을 든 유족은 학교 건물 안으로 향했다.

A씨가 수없이 드나들던 학교 복도, 계단을 지나 담임을 맡았던 5학년 교실로 들어섰다.

A씨 책상엔 꽃이 가득했고, 칠판에는 A씨를 그리워하는 반 학생들의 마지막 인사가 적혀 있었다.

‘선생님 보고 싶어요’, ‘선생님 그곳에서 편히 쉬세요’, ‘선생님 사랑해요’

생전 아내가 사랑했던 일터를 처음 마주하게 된 A씨 남편의 눈에서는 끝끝내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A씨를 좋아하고 존경했던 반 학생들의 흔적과 그리움을 마주하자 유족들은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렸다.

같은 반 학생들과 학부모도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같은 교실에서 수업하던 A 교사의 모습을 영정사진으로 마주하게 되자 눈물을 쏟아냈다.

A씨 영정사진이 다시 운구차에 실리고 운구차가 운동장을 빠져나가려고 하자 A씨 어머니는 다시 운구 차량을 붙들었다.

차량에 얼굴을 파묻고 딸을 보낼 수 없는 A씨 어머니의 모습을 보자 시민들은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운구 차량이 마지막으로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학교를 빠져나가자 A씨 어머니는 다시 한번 오열했다.

A씨의 마지막 길은 외롭지 않게 많은 사람이 함께했다.

다른 지역에서 일부러 온 사람, 배웅하기 위해 수술 후 회복도 하기 전에 나온 사람, 지역 주민, 학부모, 예전 학부모, 학생들까지 A씨를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뜨거운 마지막 인사를 보냈다.

앞서 A씨는 지난 5일 오후께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숨졌다.

대전교사노조와 동료 교사들에 따르면 그는 2019년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중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냈다는 이유 등으로 해당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고소를 당하고 수년간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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