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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외로움 달랠 한 끼 하러 왔지”

“명절 외로움 달랠 한 끼 하러 왔지”

김주연 기자
김주연 기자
입력 2023-10-03 18:24
업데이트 2023-10-03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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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에도 줄 늘어선 무료 급식소

400여명 북적… “말못할 위안 줘”
“밥도 좋지만 친구 보려고 첫차 타”
“자식들은 내가 여기 오는 거 몰라”
배식 시작 1시간여 만에 음식 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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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인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원각사 무료 급식소에 점심 대기 줄이 공원 담장을 따라 이어져 있다. 종이 박스를 놓아 자리를 맡은 일부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추석 연휴인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원각사 무료 급식소에 점심 대기 줄이 공원 담장을 따라 이어져 있다. 종이 박스를 놓아 자리를 맡은 일부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노인의 날’이자 추석 연휴였던 지난 2일 이른 아침부터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는 점심 무료 배식을 기다리는 어르신 400여명으로 북적였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 연휴에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2시간가량 전철을 타고 이곳에 온 어르신들이 많았다. 자리를 맡기 위해 이름이나 지역을 적어 얹어 놓은 찢어진 종이 박스도 군데군데 보였다. 몇몇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신문이나 책을 꺼내 읽었다.

경기 안산에서 아침 첫차를 타고 온 정정균(82)씨는 옆자리에 앉은 서순기(75)씨와 어깨동무하며 “식사를 해결하는 것도 좋지만 또래 친구를 하루라도 안 보면 외로워서 일찍부터 나와 함께 주먹밥을 먹는다”며 “친척도 동네 이웃도 없지만 여기선 추석에도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다”고 웃었다. 서씨도 “집에선 지하철을 타고 올 수 없는 지역이라 버스비가 들지만 이런 친구들을 보러 매일 온다”고 말했다.

이들과 나란히 앉아 있던 황보욱(73)씨는 “줄을 서려고 일찍 나오다 보니 친구가 된 사이”라면서 “점심 먹고 빵 간식을 나눠 주는 곳을 찾아간 뒤 오후 5시쯤 집에 들어가는 게 일상인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365일 무료 급식소를 찾는 이들은 이곳에서 말못할 위안을 느낀다고 했다. 고양에서 온 A(91)씨는 이름을 묻는 말에 “애들은 내가 여기에 오는 거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 A씨는 “애들도 자기들 먹고살기 바빠 명절 때도 저녁에나 왔었다”며 “아침밥을 해먹고도 적적해서 추석 당일이지만 점심 먹으러 먼 이곳까지 왔다”고 말했다.

A씨는 다가오는 하문식(89)씨를 보고 “왜 이제서야 오느냐”며 안부 인사를 건넸다. 하씨 역시 “추석 당일에도 차례 지내고 급식소에 왔다”면서 “요즘은 날씨도 좋으니 산에 다녀올까 한다”고 말했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점심 배식이 시작된 뒤 1시간여 만에 준비한 음식은 동이 났다.

불고기 반찬을 식판에 담던 자원봉사자 류해주(45)씨는 “추석 연휴를 보람 있게 보내고 싶어 아침 7시부터 나왔다”면서 “힘들긴 했지만,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말했다.

급식소를 책임지는 자광명(69) 보살은 “올 추석에도 낯익은 얼굴들에게 송편과 양말을 드렸다”면서 “오늘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급히 밥 두 솥을 더 했지만 밥이 부족했다. 더 많은 분이 식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들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글·사진 김주연 기자
2023-10-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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