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고지 의무화에도 사칭 잦아
광고·계약서 작성, 중개사만 가능
현장 단속은 어려워… 적발 2건뿐
확인 절차 추가돼도 실효성 의문
개정된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중개보조원은 집을 빌리려는 예비 임차인 등에게 자신의 신분을 반드시 알려야 하지만, 공인중개사 행세를 하는 중개보조원이 아직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분 고지 의무를 모르는 임차인들이 많고 이런 점을 악용해 신분을 숨기는 이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서다.
이전에도 중개보조원이 공인중개사의 실제 업무까지 맡으면 공인중개사법에 의해 처벌될 수 있었지만, 전세 사기 등 각종 부동산 범죄에 중개보조원이 가담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자 정부는 신분을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제도를 강화했다. 현장 안내는 중개보조원이 할 수 있지만 매물 광고나 계약서 작성 등의 업무는 공인중개사만 할 수 있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임차인이나 업계에서는 “상당수 중개사무소에서 중개보조원이 공인중개사 업무까지 하고 고지도 하지 않는 등 법 위반이 당연시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제도가 자리잡지 못한 것은 법 개정을 모르는 이들이 많아 신고가 저조한 데다 현장 단속으로 적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실제로 서울신문이 전국 광역 지방자치단체(세종 제외)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7개월간 ‘중개보조원 신분 고지 의무’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는 전국에서 단 2건(광주 동구)뿐이었다.
지자체에 현장을 단속할 인력이 부족한 데다 중개보조원을 ‘실장’이나 ‘이사’ 등으로 소개한 명함을 수배하러 부동산을 찾으면 이미 증거를 없앤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녹취나 녹화 등이 없는 한 ‘중개보조원이라고 소개했는데 못 들은 것 같다’고 잡아떼면 그만”이라고 전했다.
그나마 오는 7월부터는 부동산 계약을 할 때 중개보조원이라는 사실을 알렸는지 확인하는 서류가 추가되지만 현장 우려는 여전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공인중개사협회를 통해 협조 요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상당수인 만큼 제대로 된 안내와 홍보 없이는 서명만 하는 형식적인 절차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4-05-27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