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두번 다시 이런 불상사 일어나면 안돼”
10월 5일까지 일주일간 분향소 운영
순천시 조례동 사고 현장 인근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
‘빛나는 생명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미안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못만들어줬네요’
전남 순천 도심 인도에서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된 10대 여성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친구를 배웅하고 혼자 걸어가다 참변을 A양(18)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가 설치되자 안타까움을 떨치지 못한 시민들이 애도를 표하고 있다.
순천시는 A양의 발인이 끝난 다음날인 지난 29일 오전 3시 사건 현장인 순천 모병원 주차장 옆 인도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천막이 설치된 분향소에는 시민들이 추모할 수 있도록 국화꽃과 분향대가 마련됐다. 오는 5일까지 일주일 간 운영될 예정이다.
분향소 인근 화단에 시민들이 쓴 명복을 비는 수십여개의 추모 글들이 놓여있다.
전날부터 시민과 학생들이 찾아와 슬픔을 보이고 있는 사고 현장 바로 옆 화단에는 국화꽃과 바나나·딸기우유, 두유, 과자, 젤리 등이 수북이 쌓여있다. ‘그곳에선 부디 행복하길’, ‘편히 걱정없이 살길’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는 추모 글귀들이 발길을 잡는다.
6년지기 친구는 “친구로 지내며 다사다난했는데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못한게 마음에 걸린다. 정말 아팠을텐데 너무 미안해. 잊지않고 지내며 항상 그리워할게. 내 친구야 너무 보고싶다”며 아픔을 함께 하기도 했다. 장례식장에 이어 분향소를 찾은 최모(18) 군은 “중학교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인데 이런 끔찍한 일을 당했다는 생각에 며칠 동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며 “아주 착했던 성품이어서 주변 동창들 모두 가슴아파하고 있다”고 눈시울을 붉였다.
시민들은 “뉴스로 접했던 서울 등 대도시에서 발생하곤 했던 ‘묻지마 살인’이 중소도시인 순천에서 일어난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결코 두번 다시 이런 불행한 일이 생기면 안된다”고 우려했다.
분향소 인근 화단에 시민들이 놓고 간 우유와 과자 등이 수북이 쌓여있다.
순천시 관계자는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일을 뒤돌아보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더 안전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밤 자신이 운영하는 배달전문식당에서 소주 4병을 마시던 박모(30)씨는 A양이 혼자 가는 모습을 보고 800m를 뒤따라 가다 26일 오전 0시 44분쯤 가게에서 들고 나온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달아났다. 법원은 지난 28일 “주거부정 및 도주우려가 있다”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북 경주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던 박씨는 5년전 순천으로 이사와 3개월전 식당을 개업했다. 장사가 안되면서 재료비를 구하지 못해 두달전부터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경찰청은 30일 오후 3시 박씨에 대한 신상정보공개를 여부를 심의하기 위한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개최한다. 현행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중대범죄신상공개법)’은 수단의 잔인성, 중대한 피해,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 국민의 알권리, 공공의 이익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위원회는 7인 이상으로 구성되며 외부 위원이 과반수 이상 이어야한다. 공개 결정 시 피의자 정보(얼굴, 성명, 나이)를 전남경찰청 홈페이지에 게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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