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살인’ 김씨, 묻지마 범행인가, 금품 노린 강도살인인가?

‘수락산 살인’ 김씨, 묻지마 범행인가, 금품 노린 강도살인인가?

이슬기 기자
입력 2016-05-30 18:57
업데이트 2016-05-3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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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 등산객 살인사건 용의자 김모 씨(61)가 조사를 받기 위해 30일 오전 서울 노원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수락산 등산객 살인사건 용의자 김모 씨(61)가 조사를 받기 위해 30일 오전 서울 노원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수락산에서 60대 주부가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은 불특정인을 상대로 한 이른바 ‘묻지마 범행’일까, 아니면 금품을 노린 강도살인일까.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노원경찰서는 피의자 김모(61)씨를 상대로 30일 하루 온종일 범행 동기를 캐물었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김씨가 경찰에서 한 진술을 보면 우선 묻지마 범행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전날 밤 10시에 수락산에 올라가서 처음 만나는 사람을 살해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진술했다.

상대가 누가 됐든 처음 만나는 사람을 죽이겠다고 결심했다는 것으로, 이는 전형적인 ‘묻지마 범행’에 해당하는 진술이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묻지마 범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묻지마 범행이라고 판단하지 않는 것은 김씨가 같은 내용을 두고 다르게 진술한 내용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씨는 범행 이전 행적에 대해 2주 동안 물만 먹고 살았다고 했다가, 올해 1월19일 교도소에서 출소한 이후 넉 달 간 경마장에서 돈을 벌어 생활했다고 말하는 등 모순된 진술을 했다.

범행 동기와 관련해서도 김씨가 범행 전날 산에 오르면서 “사람들이 새벽에 많이 다니는지 궁금해 만나면 물어보고 살인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진술하는가 하면 “돈도 먹을 것도 없고 배가 고팠다”며 범행 후 피해자 주머니를 뒤졌다고 말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김씨가 이전에도 비슷한 방법으로 강도 살인한 전력이 있다는 것도 경찰이 이번 사건을 ‘묻지마 범행’으로 규정하는 데 조심하는 이유 중 하나다.

범행 목적 자체가 살인인지 아니면 돈인지 모호하다는 점 때문에 경찰은 김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할지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할지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도 수락산 살인사건이 묻지마 범행인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보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면식 관계가 아닌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고 피해자 선별이 무차별적이었으며 범행 장소가 공공장소였기 때문에 ‘묻지마’의 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단언했다.

이 교수는 “경찰이 ‘묻지마’로 규정하기 꺼리는 이유는 대중들 사이에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가 퍼지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사건은 특히 등산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공포를 느끼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그는 “‘묻지마’ 범죄자의 ⅓ 정도가 전과자이고 교도소 내에서 난동·자해·자살 등을 시도했던 경우가 많다”면서 “고위험군이라고 판단되는 제소자는 석방 시점에 심사해서 보호관찰을 추가로 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태정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대중은 살인에 이유가 없다고 하면 ‘사이코패스’나 ‘묻지마’로 생각하지만 그렇게 규정하면 살인에 이르게 된 수많은 맥락이 무시돼 사건이 단순하게 된다”며 경찰이 특정 범행을 ‘묻지마’로 규정짓지 않는 이유가 다각적인 수사를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프로파일러(범죄분석요원)를 투입해 김씨를 심층면접할 계획이라고 밝혀 앞으로 수사 진행 과정에서 ‘묻지마 범행’으로 판단을 바꿀지 등이 주목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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