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피해 5억여원…명절 제수 쌓아둔 상인들 발만 동동
전남 여수의 대표적 전통 수산물시장에서 15일 새벽에 불이 나 100개 넘는 점포가 전소하거나 그을리는 피해가 발생했다. 설 대목을 앞둔 상인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최근 대구 서문시장 화재로 소방당국의 합동안전점검을 했는 데도 화재를 예방하지 못해 비판이 점증하고 있다.
이날 오전 2시 21분쯤 전남 여수시 교동 여수수산시장에서 누전으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경비원 김모(69) 씨는 “근무 중 ‘타닥타닥’ 뭔가 타는 소리를 듣고 뛰쳐나가 보니 시장 내부에 연기가 가득 차 있어 즉시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날 불로 시장 전체 125개 점포 가운데 116개가 피해를 봤다. 건물 1층 58개 점포가 전소했고, 23개는 일부가 불에 탔으며, 35개는 그을림 피해가 났다. 소방서는 재산피해를 5억 2000만원으로 추산했다.
경찰은 화재 당시 시장 건물에 설치된 폐쇄회로TV 조사 결과 1층 점포에서 불꽃이 일어난 뒤 시장 전체로 번진 사실로 미뤄 전기합선에 의한 화재로 추정하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여수수산시장은 지난해 12월 5일 이뤄진 시와 소방서의 합동점검에서 ‘이상 무’ 판정이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형식적 점검’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점검 당시 진입로 장애물 등 2건을 적발 시정 조치했으나 전기분야 등의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재 당시 옥내소화전을 정상적으로 사용했고, 스프링클러도 작동했다는 것은 소방시설이 정상 가동됐음을 의미한다”며 “경찰과 합동조사를 통해 일부에서 제기된 화재경보기 미작동 여부 등도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재로 설을 앞둔 여수수산시장 상인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상인 김모(50)씨는 “조기·민어·서대 등 제수를 평소보다 많이 준비해 뒀는데 형체를 알 수 없도록 타거나 그을렸다”며 “모든 상인들이 일손을 놓은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시는 이날 상가 2층 상인회 사무실에 지원대책본부를 설치하고,조기 복구·지원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편, 1968년 문을 연 여수수산시장은 지역의 대표적이고 대규모의 수산물 전통시장이다. 하루 2000∼3000명이 찾는 관광 명소다.
여수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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