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벽 넘은 카자흐스탄 남성, 경찰 설득했지만 뛰어내려 사망
지난 20일 개장한 서울역 앞 고가공원 ‘서울로 7017’에서 외국인이 몸을 던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로에 설치된 높이 1.4m의 투명 안전벽이 투신이나 추락 등을 막기에 너무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보완되지 않다 개장 열흘 만에 사고가 난 것이다.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카자흐스탄 출신 A(32)씨가 ‘서울로 7017’에서 뛰어내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고 30일 밝혔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9일 오후 11시 50분쯤 ‘서울로 7017’의 서부역 인근 지점에서 투명 안전벽을 넘어 투신했다. 지상 15m 높이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친 A씨는 30일 오전 7시 50분쯤 숨졌다. 당시 A씨가 투명 안전벽 사이에 설치한 금속 지지봉에 앉아 있는 것을 본 한 시민이 경비원에게 알렸고, 경찰과 통역봉사자가 설득했지만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늦은 시간이어서 A씨가 행인이나 차량 위로 떨어지는 2차 피해는 없었다.
이에 대해 1.4m의 투명 안전벽이 너무 낮고 경비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명의 경비원이 서울로 1.2㎞를 3교대로 순찰하기 때문에 실제 순찰 인력은 5~6명에 불과하다.
‘서울로 7017’ 개장을 박원순 시장의 주요 업적 중 하나로 꼽고 있는 서울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시민 안전을 강조해 온 박 시장의 시정 철학이 빛바랠 상황이 됐다는 점에서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시 관계자는 “안전 난간 높이를 해외 주요 보행길 사례인 당초 기준(최대 1.2m)보다 높게 적용해 1.4m로 세웠는데도 사고가 발생해 유감스럽다”면서도 “자살사고로 시설 미비의 문제는 아니지만, 경비 인력을 확충하고 음주·흡연·눕는 행위를 금지하는 관리 조례 제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2017-05-3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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