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육군병사 총탄 사망 논란
軍 “사격장서 튕긴 총알이 원인…오발 등 모든 가능성까지 조사”육군은 27일 강원 철원에서 부대 복귀 중이던 A일병이 총탄에 맞아 숨진 사고를 ‘도비탄’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진은 총탄이 발사된 곳으로 추정되는 철원 동송읍 금학산 인근 군부대 사격장 모습.
철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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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철원의 육군 부대로 복귀 중이던 병사가 지난 26일 머리에 총탄을 맞고 숨진 사건은 인근 사격훈련장에서 날아온 ‘도비탄’에 인한 것으로 군은 추정했다. 사격훈련장에서 도비탄은 종종 발생하지만 주변에 있던 사람이 도비탄에 맞아 숨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26일 오후 4시 10분쯤 강원 철원군 동송읍 금학산 일대 모 부대 인근에서 A(22) 일병이 머리에 총탄을 맞아 군 병원으로 옮겼지만 1시간여 만인 오후 5시 22분쯤 숨졌다. A 일병은 진지 공사를 마치고 동료 20여명과 함께 걸어서 복귀하던 중이었다. A 일병은 대열 맨 뒤쪽에 있었다. 사건 당시 인근 부대 사격장에서 사격훈련을 하는 중이었는데도 A 일병과 부대원들은 아무런 통제 없이 평소 다니는 이 길을 이용해 부대로 복귀하다 변을 당했다. 지난달 18일에도 철원의 육군 부대에서 K9 자주포 사격훈련 중 자주포 1대에서 불이 나 탑승했던 장병 3명이 숨졌다.
사고가 난 사격장은 8개 사로가 있으나 이날 1∼6번 6개 사로만 사용했다. 100여명 중 10여개 조 80여명까지 K2 소총으로 사격훈련이 이뤄지다가 A 일병 사고로 훈련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격장과 A 일병이 총탄을 맞고 쓰러진 길까지의 거리는 400여m로, K2 소총의 유효 사거리가 460m인 점을 감안하면 위험 구간이다. 통상 사격훈련이 예정된 부대는 미리 인접 부대 등에 이를 통보해야 한다. 사격 중에는 이동로 양쪽에 경계병을 배치해 이동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또 사격장 주변을 이동하는 부대는 사격훈련 징후가 포착되면 이동을 중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A 일병의 부대 이동을 통제하지 않은 게 직접적인 사고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육군 수사기관은 27일 총탄이 인근 사격장에서 날아든 도비탄인 것으로 보고 사격훈련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사격훈련 인원의 총기를 모두 회수했다”면서 “A 일병 몸의 탄도를 회수해 정밀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A 일병의 유가족 참석하에 현장 조사했다.
도비탄으로 인한 총상이라는 군 당국의 설명에 유족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A 일병의 유족들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지독한 사고라 할 말조차 잃었다”면서 “총탄을 맞자마자 고꾸라졌다는데 도비탄이라는 군 당국의 설명을 어떻게 이해하고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유족들은 “사건 당일 사격한 부대, 사격장 관리 부대, 사격장 주변을 이동한 부대 등 3개 부대 모두 안전수칙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너무나 큰 충격”이라고 말했다. 부대 관계자는 “사격훈련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감찰·헌병·인사 등 5개 부서가 참여한 합동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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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비탄(跳飛彈) 총에서 발사된 탄이 나무나 돌 등 딱딱한 물체에 부딪혀 튕겨나간 유탄을 말한다.
2017-09-2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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