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도비탄 아닌 유탄”…이 상병 아버지 “누가 쏜 유탄인지 알고 싶지 않다”

군 “도비탄 아닌 유탄”…이 상병 아버지 “누가 쏜 유탄인지 알고 싶지 않다”

장은석 기자
입력 2017-10-09 23:08
수정 2017-10-09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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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쏜 유탄인지 알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군대에 보낸 아들을 잃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총탄이 발사된 곳으로 추정되는 철원 동송읍 금학산 인근 군부대 사격장 모습. 철원 연합뉴스
총탄이 발사된 곳으로 추정되는 철원 동송읍 금학산 인근 군부대 사격장 모습.
철원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진지 공사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던 중 갑자기 날아든 총탄에 맞아 숨진 육군 6사단 소속 이모(22) 상병의 유족은 9일 “도비탄이 아닌 ‘유탄’(조준한 곳에 맞지 않고 빗나간 탄환)에 의한 사망”이라는 군 당국의 조사 결과를 차분히 받아들였다.

이 상병의 아버지(50)는 이날 “군 당국이 사건 초기에 무책임하게 ‘도비탄’(총에서 발사된 탄이 딱딱한 물체에 부딪혀 정상 각도가 아닌 방향으로 튕겨 나간 탄)이라고 섣불리 추정한 것을 사과하고, 이제라도 납득할 수 있는 수사결과를 내놔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연합뉴스를 통해 전했다.

이어 “조사결과 빗나간 탄환을 어느 병사가 쐈는지는, 드러나더라도 알고 싶지도 않고 알려주지도 말라고 했다”며 “누군지 알게 되면 원망하게 될 것이고, 그 병사 또한 얼마나 큰 자책감과 부담을 느낄지 알기 때문”이라고 아픈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그 병사도 나처럼 아들을 군대에 보낸 어떤 부모의 자식 아니겠는가”라며 “비록 내 아들은 군 사격장의 어처구니없는 안전불감증 탓에 희생됐지만, 부모로서 더 이상의 희생과 피해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다시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군대에 보낸 아들과 젊은이들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때 사고만 아니었더라면 이번 추석 연휴에는 아들과 함께 보낼 수 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숨진 이 상병은 지난 7일부터 6박 7일간 예정된 휴가를 불과 10여일 앞두고 사고를 당했다.

이 상병의 아버지는 “올해 추석에는 차례를 비롯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길고 힘들었다”며 “고1 작은아들만 형이 잠든 대전 현충원에 다녀온 것이 전부”라고 털어놨다.

이어 “오는 26일이 아들의 생일인데 아버지로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럽다”며 “생일을 불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사고를 당한 아들이 너무도 가엽고 원통하다”고 절절한 아픔을 토해냈다.

그는 마지막으로 “언론을 비롯한 많은 국민이 아들이 갑작스럽고 어처구니없는 사고에 많은 관심을 두고 지켜봐 줘서 큰 힘이 됐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사격장에 철저한 안전·통제 시스템을 갖춰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숨진 이 상병은 지난 26일 오후 4시 10분쯤 철원군 동송읍 금학산 일대에서 전투진지 공사 작업을 마치고 복귀 중 갑자기 날아든 총탄에 맞아 숨졌다.

당시 이 상병은 동료 27명과 함께 작업을 마치고 걸어서 이동 중이었다.

이 상병은 본대 행렬에서 조금 떨어져 부소대장 등 2명과 함께 맨 뒤에서 걸어가던 중 우측 머리에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군 당국은 사건 발생 하루 만인 지난달 27일 “이번 사건에 대한 초기 조사결과, 숨진 이 상병은 도비탄으로 인한 총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후 유족들은 사격장 주변에 있던 민간인이나 군인이 도비탄에 맞아 숨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강력하게 의문을 제기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사망 원인과 관련, 도비탄·직접 조준사격·유탄 등 3가지 가능성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도비탄이나 직접 조준사격이 아니라 인근 사격장에서 사고 장소로 직접 날아간 유탄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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