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EBS교재 지문 등 익숙한 소재 다뤄
6~7일 서울 소재 연세대·이화여대·홍익대·동국대 등 4개 대학의 수시 논술시험이 치러지면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입수학능력시험 이전에 치러지는 1차 논술시험이 모두 마무리됐다. 입시전문 학원가에서는 수능 전 논술을 치른 이들 4개 대학의 출제경향이 교과서와 EBS 수능교재에 실린 지문을 활용하는 등 지난해와 달리 평이한 난이도로 출제돼 수능 이후 예정돼 있는 다른 대학의 논술시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수험생들이 2013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과거에 출제된 대학별 논술시험의 경향과 앞서 올해 치러진 2013학년도 논술시험의 출제내용을 분석해 자신이 지원한 대학에 맞는 맞춤형 논술 대비법을 알아보자.
2013학년도 대입 논술을 치른 대학들의 출제경향을 살펴보면 그동안 대학생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제시문과 생소한 단어, 고난도 수리문제 등을 출제해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대폭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화여대 등 논술시험을 치른 대학들은 출제과정에 현직 고교 교사를 자문위원으로 참여시켜 난이도를 고등학생 수준에 맞게 조절하고, 고교 교육과정과의 연계성을 강화했다.
인문계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한 교사는 “이번 논술고사에서 사용한 지문이 모두 교과서 또는 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한 것이라서 지문의 난이도는 예년에 비해 많이 낮아졌다.”면서 “문제 또한 익숙하고 예상 가능한 것이라서 학생들이 낯설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연계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교사 역시 “문제 구성에서 고교 교과과정 수준에서 출제했으며, 특히 교과서에서 강조하는 정의나 기본 개념을 충실히 공부했다면 잘 풀 수 있는 내용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앞으로 남은 다른 대학의 논술시험 역시 고교 교과서의 지문을 제시문으로 활용하거나 수업시간에 한번쯤 들었을 익숙한 용어와 개념을 활용한 문제가 출제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다문화주의’ ‘관용’ 등의 주제는 수업시간에 많이 인용되는 주제로 이를 이용해 지원자들의 통합적 사고력, 이해력 등을 평가하는 문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올해는 주요 대학 가운데 일부가 인문계열 논술시험의 난이도를 끌어올리는 영어지문을 제시하지 않기로 해 수험생들이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 경희대·숭실대·한국외대는 영어 제시문을 출제하지만 동국대·서울시립대는 영어 제시문을 제외했다.
영어 지문이 제시되더라도 주석을 통해 어렵거나 새롭게 생겨난 어휘의 뜻풀이를 해 주는 경우가 많으므로 전반적인 문장 해석 능력만 갖추면 된다. 지난 6일 수시2차 논술전형을 치른 동국대는 인문계 논술에서 영어지문을 빼고 교과서 내에서 지문 한 개를 출제했다.
이화여대는 인문계 논술에 영어 제시문을 포함한 4개의 제시문을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출제하는 등 논술시험과 고교 교과과정의 연계성을 높였다.
그동안 변별력과 수월성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였던 대학 논술고사에서 교과서 속 지문이 4개 이상 출제된 경우는 없었다.
인문계열에서 출제된 다문화주의, 관용, 전통과 과거, 소득불균형 등에 관한 제시문이 모두 교과서 내용이거나 수업시간에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어서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더욱 낮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능 전 치러지는 논술고사가 막을 내리고 이제는 다음 달 8일 수능 이후 예정돼 있는 대학별 논술고사에 대비할 때다. 10~11일에는 서강대·성균관대·중앙대·경희대·숭실대 등이, 18일에는 고려대·한양대·한국외대·숙명여대 등이 논술시험을 치른다. 올해 수시모집 논술시험은 지난해에 비해 시험시간이 줄고 문항 구성을 변형한 것이 특징이다.
고려대는 지난 6월 치른 2013학년도 모의논술고사에서 시험시간을 기존 120분에서 100분으로 줄였다. 문제 수도 기존 3문제를 2문제로 조정했다. 지난 7일 논술을 치른 이화여대도 시험시간을 100분으로 줄였다.
지난 5~6월 치러진 각 대학의 모의논술과 같이 논술 주제는 시장과 정부, 다문화주의, 대의민주주의, 타자와의 관계와 공존, 인간행동의 특성, 소비와 자본주의, 경쟁, 집단지성 등 현대사회와 밀접한 인문학·사회과학의 소재들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최근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자유로운 글쓰기보다 문항이 요구하는 조건을 정확하게 충족시키는 글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제시된 주제와 관련해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기보다 주어진 시간 내에 문제가 요구하는 답안을 조리 있게 작성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2012-10-09 2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