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자유학기 전면시행 1년… 공모전 우수사례 54편 보니
외교관을 꿈꾸는 서울 용강중 안정빈(14)양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래서 지난해 자유학기제를 할 때 그다지 탐탁지 않았다. 하지만 언론중재위원회와 국회의사당 등을 직접 방문하고 친구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면서 안양의 꿈은 더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자유학기제를 하지 않았으면 막연히 꿈만 가진 채 지냈을 것입니다. 1년 동안 경험들이 내 꿈을 현실로 만들어줄 디딤돌이 됐습니다.” 안양은 자신의 이야기를 ‘14살, 꿈에 다가서다’라는 글에 고스란히 녹였다.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이 영화 만드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중학교에서 지난해부터 전면 시행된 자유학기제에 대한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반응이 뜨겁다. 여러 활동을 직접 체험한 학생은 물론 학생을 도운 교사, 그리고 자녀를 지켜본 학부모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2016년 자유학기제 공모전’ 우수사례에는 이런 반응이 생생하게 담겼다.
공모전에 모인 글들에는 자유학기제로 경험한 다양한 체험활동이 즐겁고 재미있었다는 이야기가 대다수였다. 보람을 느꼈다는 내용도 많다. 제주 신엄중 2학년 임혜빈양은 ‘자유 같지 않은 자유, 공부 같지 않은 공부’ 글에서 자유학기제를 시험을 보지 않고 노는 활동이 많을 것 같아서 만만하게 봤던 게 ‘실수’였다고 털어놨다. “엄청나게 많은 활동과 다양한 평가 때문에 오히려 시험을 보는 것이 편했다”는 임양은 “같은 반 친구 부모님들과 여러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직업 강의가 진로를 생각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시험이 없어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자유학기제를 통해 배웠다”고 했다.
학부모 이은희씨는 자유학기제를 “축복이자 기적”이라고 말했다. 대구 천내중에 다니는 아들은 교과서를 보더니 “아는 게 없다”며 등교 거부를 선언했다. 속을 까맣게 태운 아들을 학교로 이끈 게 자유학기제였다. 아들은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도 하고, 친구들과 영화 관람도 다녔다. 자전거를 거꾸로 타는 어설픈 묘기를 보여주고 아이들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씨는 “지각을 밥 먹듯 했지만, 자유학기제가 시작된 이후 오전 7시에 학교에 가겠다는 아들을 보고 온 가족이 놀랐다”고 떠올렸다.
자유학기제는 교사들에게도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줬다. 대구 구지중 이성애 수학 교사는 “수학공부가 사고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면서 그동안 학생들에게 사고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저마다 다른 사고 수준을 가진 학생들을 한목소리로 가르치면서 아이들을 배움 저 밖으로 몰아냈던 나를 돌아봤다”고 했다. 이어 “학생들의 생각이 피어나려면 교사가 가르침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교단에 선 지 3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깨달았다”고 썼다.
이번 공모는 ‘나에게 자유학기제란’, ‘수업실천사례’, ‘체험지원사례’ 3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다. 접수된 1122편 중 54편이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우수사례는 오는 1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에 전시된다. 이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38편)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상(16편) 시상식도 함께 열린다. 이준식 사회부총리는 “앞으로도 전체 중학교가 자유학기제를 내실 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우수사례를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나아가 일반학기와 연계해 긍정적 변화를 끌어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7-01-06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