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형 집행정지 석방’ 佛·日에 비해 10배 이상 높다

[단독] ‘형 집행정지 석방’ 佛·日에 비해 10배 이상 높다

서유미 기자
서유미 기자
입력 2016-01-25 23:12
업데이트 2016-01-2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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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형받은 범죄자들 쉽게 풀려나… 전체 수형자 100명 중 1.4명꼴

재판에서 징역형이나 금고형을 선고받더라도 고령이나 질병 등을 이유로 형의 집행이 미뤄지는 ‘형 집행정지’ 판정 비율은 우리나라가 프랑스나 일본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범죄자들에게 신체적 자유를 상대적으로 쉽게 허용한다는 얘기다. ‘이현령비현령’ 식인 관련 조항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佛·美는 의료적 이유로 석방 드물어

25일 대검찰청이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의뢰해 작성한 ‘외국의 형 집행정지 제도 운영 실태 및 개선 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수형자 중 형 집행정지로 석방되는 인원의 비율은 프랑스, 미국, 일본 등 비교 대상 국가들보다 크게 높았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우리나라에서 형 집행정지로 풀려난 사람은 4년 평균 457명이었다. 같은 기간 평균 수형자(3만 1728명) 대비 1.4%에 이른다. 우리나라와 교정 시스템이 비슷한 프랑스는 같은 기간 형 집행정지로 풀려난 인원이 연평균 248명으로 0.1%에 불과했다. 미국은 0.01%, 일본은 0.06%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미국 연방교도소는 주 교도소와 달리 중범죄자 수감률이 높고, 일본은 민간 의료 전문 교도소가 활성화돼 의료적 이유로 형 집행정지를 허용하는 사례가 적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우리와 차이가 크다”고 분석했다. 김성룡 경북대 교수는 “일본의 형 집행정지 인원은 한국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프랑스나 미국에서 의료적 이유로 임시 석방된 인원 수는 한국보다 크게 적다”면서 “현재 형 집행정지가 형벌의 목적과 공중의 안전이라는 기준에 의해 이뤄지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형 집행정지의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로는 ‘결정 과정의 불투명성’이 지적되고 있다. 형사소송법에서는 형 집행정지의 이유를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로 규정하고 있다. 변호인의 능력이나 검찰 등의 판단에 따라 ‘중대 사유’가 추상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영남제분 회장 부인’ 38회 입원 반복

불투명한 형 집행정지의 대표적인 사례로 ‘여대생 공기총 청부 살해 사건’ 주범인 영남제분 회장 부인 윤모(71)씨 사건을 들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2002년 무기징역형을 받은 윤씨는 지병을 이유로 2007~2013년 3차례의 형 집행정지를 받았다. 또 서울세브란스병원 특실에서 38차례에 걸쳐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검찰은 이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형 집행정지 심의위원회를 열어 집행정지를 결정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학계와 법조계, 의료계 등 1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상설화했다. 검찰이 심의위의 결정을 의무적으로 참고하는 내용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통과됐다.

김 교수는 “법무부가 준비 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른 법무부령에 외국 사례처럼 형 집행정지 해당자와 사유, 기간 등 구체화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형 집행정지를 둘러싼 논란을 줄이기 위해 관련 법 법무부령 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16-01-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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