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관련 여론 수렴을 위한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이 열린 2015년 7월 9일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국제엠네스티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죄수복을 입은 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서울신문DB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김정숙)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116명이 자신들의 인적사항을 인터넷에 공개한 병무청의 처분에 반발해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3일 밝혔다.
이번 결정에 따라 병무청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낸 본안 소송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이들의 인적사항을 공개할 수 없다. 집행정지란 특정 행정처분이 집행되거나 효력이 발동해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 그 처분의 효력·집행을 정지해서 권리를 보전하는 제도다. 행정소송법에 따르면 집행정지는 본안 소송 제기와 동시에 신청한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이창화 변호사는 “회복하기 어려운 인격적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인적사항 공개 처분을 정지시킨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향후 본안 재판 변론에서도 악의적으로 병역 의무를 기피하지 않는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입증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병무청은 지난해 12월 병역법상 ‘병역기피자의 인적 사항 등 공개’ 조항을 근거로 병역기피자 237명의 인적사항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237명은 양심적 병역거부자 140명이 포함된 숫자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도 병역기피자로 본 것이다.
이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스스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지만, 민간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의무를 이행하고자 하는 이들을 ‘병역기피자’로 낙인찍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그러면서 “정당한 사유에 관한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처분으로 신청인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를 예방하려면 처분이 집행되는 것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국제 사회로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여러 차례 권고받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2001년 5월 21일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권리위원회로부터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를 수립할 것을 권고받았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가 마련한 NAP 권고안을 기초로 NAP가 확정됐지만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및 대체복무제 도입 등의 쟁점은 지금까지 답보 상태다.
2015년에는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자유권규약위원회)에서 한국 정부에 ‘병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양심적 병역거부자 전원을 즉시 석방할 것’,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전과 기록을 말소하고, 적절한 배상을 하고, 이들의 신상 정보가 공개되지 않도록 보장할 것’, ‘양심적 병역거부를 법적으로 인정하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민간 대체 복무 기회를 줄 것’을 권고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06년 이래로 이런 내용의 권고만 한국 정부에 다섯 차례 권고하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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