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행정권 사태’ 유감표명…“전국법관 논의의 장 마련”

양승태 ‘사법행정권 사태’ 유감표명…“전국법관 논의의 장 마련”

입력 2017-05-17 13:58
수정 2017-05-1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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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게시판에 글 게시…“책임 통감, 대화로 해결…최대한 지원”

고위 법관의 부당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해 양승태(69·사법연수원 2기) 대법원장이 직접 입장을 밝혔다.

일부 판사들이 법관회의를 통해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과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소집을 요구하자 대법원장이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양 대법원장은 17일 오후 법원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등 현안과 관련해 전국 판사들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전국 법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각급 법원에서 선정된 법관들이 함께 모여 현안과 관련하여 제기된 문제점과 개선책을 진솔하고 심도 있게 토론하고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행정처도 필요한 범위에서 이를 최대한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판사들이 요구하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의 취지에 부합하는 논의의 장을 열어 판사들의 요구사항을 대법원장이 직접 청취하고 직급과 근무지 등에 상관없이 다양한 주제에 관해 폭넓게 의견을 나누기로 한 것이다.

양 대법원장은 판사 회의 개최 및 사태 수습과 별도로 이번 사태에 대한 유감의 입장도 표명했다.

그는 “최근 법원 내부의 현안으로 인해 법원 가족들이 무거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며 “사법행정의 최종적인 책임을 맡고 있는 저의 부덕과 불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양 대법원장은 이번 논란 과정에서 사법행정 권한 집중 등의 문제가 지적된 것과 관련, 사법행정 방식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양 대법원장은 “이런 일의 재발을 방지하고 사법행정을 운영함에 있어 법관들의 의견을 충실하게 수렴해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이라며 “향후 사법행정의 방식을 환골탈태하려고 계획함에 앞서 광범위하고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이 빠져서는 안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올 2월 ‘사법독립과 법관인사 제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고 관련 학술행사를 준비하자 행정처가 학술행사 축소를 일선 법관에게 지시하는 등 압박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진상조사위가 조사를 벌였다.

이인복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한 조사위는 지난달 18일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의 이규진(55·연수원 18기) 전 상임위원이 일선 판사에게 행사 축소 등 부당지시를 했다는 등의 사법행정권 남용행위가 일부 확인됐다는 조사 내용을 내놓았다.

다만 당초 지목됐던 임종헌 전 차장은 해당 판사에게 지시를 내린 사실이 없으며, 양승태 대법원장 등 법원 수뇌부의 조직적인 부당 개입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또 판사들의 행적을 관리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개념의 명단이 있다는 주장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동부지법 등 일부 법원의 일선 판사들이 법관회의를 열어 대법원장의 개입 여부와 명단 존재에 대한 조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달 15일에는 최대 규모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각급 판사 가운데 단독판사 53명이 모여 회의한 결과 양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과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소집을 요청하기도 했다.

대법원장과 판사들의 만남은 이르면 다음 달 중 실시되고 각급 법원별로 대표 판사 1∼2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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